[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우면산을 걸으며 가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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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교회가 저에게 귀중한 안식년을 부여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때 『목회 세습 하늘 법정에 세우라』(대장간, 2017)는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목회에서 은퇴한 후,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 『성경과 정치』(대장간, 2024)라는 리처드 보쿰(Richard Bauckham)의 책을 번역하여 출간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오랜만에 고국에서 보내는 3개월의 시간을 값지게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7월 10일 고국에 도착하여 방배동의 처남 집 비어있는 방에 거처를 정했습니다. 이틀 동안 동네의 작은 도서관을 잘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아이와 어른의 독서 공간이지, 제가 원하는 연구 공간은 아닙니다. 연구가 가능한 다른 도서관을 찾으려 합니다. 생각의 확장은 새로운 책이나 자료를 섭렵하거나 재해석함으로 이루어집니다. 양질의 도서를 소장한 도서관이 있는 것은 생각의 프론티어를 확장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연구자에게는 훌륭한 도서관 시설, 특히 개가식으로 되어 있어서 책을 마음대로 꺼내어 볼 수 있는 시설이 축복입니다.
동시에 건강 유지를 위하여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방배동 뒷산을 오를 수 있어 좋습니다. 2002년 목회를 위한 도미 이전에, 종종 가족이 함께 산책하던 우면산은 추억의 장소입니다. 좁은 셋방에 아들이 사 온 300원짜리 병아리 두 마리를 키우며 황당해하던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우면산 소망의 탑에 올라 다시 사방을 돌아봅니다. 하나님께서 그동안 많은 복을 주셨습니다.
20여 년 만에 소망의 탑에 다시 돌아와 회고합니다. 목회자로 투신한 시절이 꿈같이 흘러갔습니다. 시무하던 교회에 교회당을 주셨고, 예배 처소를 건축하였고, 20가정 이상 매년 선교사 부부를 파송할 수 있었으며, 선교사의 안식년을 위하여 선교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젊고 유능한 후임 목사님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동안 귀하고 사랑 많은 성도를 만나게 하셨고, 가족에게도 복을 주셔서 두 아이가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직장을 다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누님과 동생의 가정을 생각하면 더욱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돌아가신 어머님을 대신하여 누님은 저를 위한 새벽 제단을 쌓았고, 동생 부부는 저를 대신하여 부모님을 모셨습니다. 10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온 장남이 몇 년 아니 되어 “미국으로 다시 목회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말씀하시던 아버님이 “목회자는 부르심을 따라야 한다”는 누님의 말에 설득되었습니다. 동생과 제수는 저의 도미 이후 부모님이 소천 되실 때까지 효심을 다하여 섬겼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동생 부부와 자녀에게 복을 허락하셨습니다. 동생도 60세 퇴직 후, 기사 시험에 합격하여 새로운 직장을 다닙니다. 무엇보다 믿음의 복을 주셔서 동생 부부가 교회의 중직자로 봉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목회자로 투신한 저와 도움을 준 온 가족에게 평안의 복을 허락하셨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우면산의 소망탑을 오르내릴 때, 유학 이후 가난했지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살아도 되나” 부부가 함께 반문했었습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 생각하며 “나의 프라임 타임을 목회에 바치리라” 결심했는데, 하나님께서는 저의 45세에서 65세에 이르는 20여 년이 여름 한 철처럼 지나가게 하셨습니다. 현장에 저를 세워놓으신 하나님은 많은 은혜를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사역을 위해 지원하던 가족에게도 같은 은총을 허락하셨습니다.
다시 찾은 여름 아침의 우면산은 제가 사는 라크레센타의 하이킹과는 달리 땀이 흐릅니다. 아침 산길에 부는 시원한 바람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주의 일을 그저 조금 감당하는 저의 가문을 시원하게 위로하였습니다. 감사와 영광을 주님께만 돌립니다. 오직 주님께서 일하셨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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