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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디어 장가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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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4-08-02 | 조회조회수 : 1,9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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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나보다 한참 어린 줄 알았어요.” “그럼, 이제라도 내가 위라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요.” 겨우 한 살 차이지만, 나이 때문에 옥신각신하다가 저와 겨우 서열 정리를 끝낸 사람은 김중정 장로님의 차남인 피터입니다. 오랫동안 사업을 했던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통이 큰 피터는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2세 청년 사업가입니다. 이제는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는 분명 청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피터가 결혼식을 하겠다고 한 것이 벌써 수년 전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식을 올리겠다며 제게 주례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식 장소가 여러 번 바뀌었고 날짜도 여러 차례 연기되었습니다. 결혼식이 연기될 때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어쩔 수 없이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바닷가에 뒤뜰 넓은 집을 사서 가까운 이들만 초대해서 오붓하면서도 기억에 남을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연기한 끝에 이번에는 할리우드에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날짜를 정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잡은 날짜가 7월 13일이었습니다. 하필 그날이 교회에서 김기석 목사님을 초청해서 ‘영성 수련회’를 하기로 한 날이었기에 주례는 정중히 사양하고 참석만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피터가 마음을 바꿔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할리우드에 있는 장소는 너무 멋진데, 계단이 많아 나이 드신 분들이 드나들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연세 드신 어른들을 생각하는 배려심에 감동하며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결혼식을 교회에서 하기로 한 다음부터 피터가 교회에 오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피터는 교회에 올 때마다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웨딩 플래너와 동행하여 실내 장식을 논의했습니다. 웨딩 플래너는 그 후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여러 차례 더 데리고 와서 교회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이번에는 피터가 건축업자를 불러서 화장실을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결혼식 한 번 올리겠다고 화장실까지 리모델링하게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30여 년 전 건축할 때 모습 그대로 있는 낡은 화장실은 손을 댈 때가 이미 지났기에 교회 차원에서 리모델링에 대해 논의하던 터라 고마운 마음으로 화장실 수리를 맡겼습니다.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화장실 바닥을 뜯고 새로 깔았습니다.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거울을 달고 세면대를 만들어서 붙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명이 몇 주간 공사한 끝에 깔끔하게 단장한 화장실이 탄생했습니다. 


화장실뿐 아니라 결혼식 피로연이 열리는 친교실도 그야말로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높은 천정에 사방이 유리로 된 벽 전체를 커튼으로 두르더니, 샹들리에와 조명을 달고, 무대와 테이블도 마련했습니다. 친교실 바닥 전체를 하얀색 필름으로 덮자 그 어느 호텔의 연회장보다 더 멋진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거듭났습니다. 


결혼식이 있는 날, 교회에서는 영성 수련회 후에 친교실에서 점심을 나눌 예정이었지만, 새로 꾸민 피로연장을 먼저 쓸 수 없어서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교회 부엌과 친교실은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7월 13일 오후 5시 30분, 피터의 사촌인 켄 서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하객들의 축복을 듬뿍 받으며 멋진 신랑 피터와 아름다운 신부 스테파니가 드디어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동안 제 마음속에는 결혼식을 연기했던 여러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피터는 한 번도 자신을 위해서 결혼식을 연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리따운 신부에게 걸맞은 최고의 장소에서 결혼식을 하려고 했고, 어른들이 쉽게 올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 큰 손해를 무릅쓰고 다시 장소를 옮겼습니다. 호화로운 곳에서 남부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리는 대신 교회에서 경건하게 예식을 하면서 교회의 낙후된 화장실을 고치겠다는 사려 깊은 마음도 느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십 년간 고장 난 채 방치되어 있던 친교실 에어컨을 고친 것도 몇 년 전, 황인조 장로님의 큰아들 결혼식 때였습니다. 덕분에 이번 결혼식도 더운 7월 한복판에 있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은혜롭게 잘 마쳤습니다. 선한 마음이 담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피터와 스테파니를 진심으로 축복하며 두 분의 앞날을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 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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