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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구 장로 칼럼] 예상하지 못한 변화 속에서 발견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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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3-24 | 조회조회수 :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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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교들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3월 둘째 또는 셋째 주에 스프링 브레이크(봄방학)를 맞는다. 이 기간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들에게는 오히려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자녀들을 어떻게 돌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올해 봄방학에도 우리 부부는 손주들의 일정에 맞추어 큰딸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고, 딸과 사위도 휴가를 내어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계획하게 되었다.


처음 계획은 이집트 여행이었다. 구약성경 속에서 자주 접해 왔던 애굽, 그리고 현재의 이집트와 수도 카이로, 웅장한 피라미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말씀 속 배경이 되었던 그 땅을 밟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하며 여러 자료를 미리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멈추게 되었다. 출발을 약 2주 앞두고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이집트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아쉬움이 컸다. 오랜 시간 기대하며 준비했던 여행이었기에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지를 포르투갈로 변경하게 되었다.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작은 나라.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그 결정은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출발 전에 포르투갈에 대해 알아보면서, 이 나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인구는 약 1,000만 명, 국토는 한국보다 약간 작은 규모이지만, 한때는 세계를 향해 나아갔던 해양 제국의 중심이었다.


특별히 포르투갈은 오랜 기독교 전통을 가진 나라로, 가톨릭 신앙이 사회와 문화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 국가이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성당과 수도원, 그리고 신앙의 흔적들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삶 속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함께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은 바다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나라였다. 브라질을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뻗어나가며 세계를 연결했던 그들의 도전과 개척 정신은 지금까지도 역사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떠난 여행이기에, 포르투갈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뉴욕에서 약 7시간을 비행하여 도착한 리스본. 공항 입국 과정에서 예상보다 긴 시간을 기다리며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도시를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리스본은 첫눈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도시였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빠름보다는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 언덕 위를 오르내리는 골목길, 그리고 바다와 이어지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이곳만의 특별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벨렘 지역을 방문하며 우리는 포르투갈의 과거를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벨렘 탑, 대항해 시대의 영광을 담고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그리고 발견기념비를 바라보며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향해 나아갔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틀째 방문한 신트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언덕 위에 자리한 페나 궁전은 마치 동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이었고,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헤갈레이라 궁전의 나선형 우물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영적 의미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삶의 여정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길이 아니라 내면을 향해 내려가는 여정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삼일째에는 리스본 중심지를 둘러보았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담고자 했지만, 엘리베이터 운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어 있어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툭툭이를 타고 올라간 상 조르제 성에서는 리스본 전경이 펼쳐졌다. 테주강과 도시의 붉은 지붕들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가까이에 위치한 리스본 대성당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 중 하나로, 이곳에서 시작하여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순례자들의 여정을 떠올리며 마음이 숙연해졌다. 인생 또한 하나의 순례길과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코메르시우 광장은 과거 왕궁이 있던 자리였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쉼과 만남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한 시대의 영광이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계획이 바뀌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이집트를 가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포르투갈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땅에서 또 다른 은혜와 감동을 허락해 주셨다. 자녀와 손주, 삼대가 함께 걸으며 웃고 나눈 이 시간들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허락하신 귀한 선물이었다. 이 모든 순간들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섬세한 인도하심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백하게 된다.


“내가 계획한 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이었기에 이 여행은 더욱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일부터 또 다른 도시를 향해 떠나는 여정을 기대하며,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이훈구 장로(G2G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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