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 것처럼
페이지 정보
본문
저는 공부하면서 참 많은 장학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도, 미국에 와서 유학할 때도,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목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을 때도 많은 이들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았습니다.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졌기에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받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누가 받을지도 모를 장학금을 선뜻 희사한 이들의 사랑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큰 아이도, 대학교 4학년이 되는 둘째도 많은 이들의 사랑이 담긴 장학금으로 지금까지 공부했습니다. 그런 은혜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누군가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자 저희 가족은 해마다 작은 물질을 장학 기금에 보탰습니다.
우리 교회에 부임해서 10년이 지나면서 해마다 조금씩 보탠 장학기금이 쌓여 이제 한 구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 얼마 전에 장학위원회에서 제게 구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하면서 구좌에 쓸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일정액이 되면 기부자나 기부자가 원하는 이름으로 장학기금 구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제 이름으로 장학 기금 구좌를 연다는 말을 들으면서 ‘승거목단 수적천석(繩鋸木斷 水滴穿石)’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났습니다. 이 말은 ‘새끼줄에 쓸려 나무가 잘리고,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다’는 말로, 정성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장학기금을 모으는 일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새끼줄에 쓸려 나무가 잘리고,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 것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만들어지고, 좌절과 절망을 딛고 우리의 신앙 공동체는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장학기금 구좌에 쓸 이름을 알려드리면서도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너무도 작은 것인데, 이름까지 내서 구좌를 개설한다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이름을 드린 것은 그 이름을 내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 이름은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고, 선한 일에 동참하고 격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1999년에 ‘교회 발전 기금(Endowment Fund)’을 만들었습니다. 교우들의 작은 헌신과 정성으로 시작된 장학사업은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 것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25년간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수십만 불의 장학금이 지급되었습니다. 그동안 세상 경기가 안 좋을 때도 있었습니다. 주식 시장이 붕괴하여 원금이 줄어들 때도 있었습니다. 코비드 19 팬데믹으로 교회에서 모이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학사업을 펼쳤습니다. 아니 해마다 장학사업의 규모와 범위는 넓어졌습니다.
올해도 교회에 속한 학생들과 교인 자녀들에게 주는 장학금만이 아니라, 예년과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 브라질, 멕시코, 몽골 등 우리 교회가 후원하는 선교지에 장학금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또 교회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여, 탈북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연합감리교회 목회자 자녀들 14명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또 교육사업(프리스쿨) 지원과,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10,000) 후원, EM 사역 지원금 등 총 $61,000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캔자스 주립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텍사스 A&M 대학교, 스크립스 칼리지, 텍사스 주립대학교, 빌라노바 대학교, 보스턴 칼리지, 페퍼다인대학교, 탈봇 신학대학원, 산호제 주립 대학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대학원(로스앤젤레스, 버클리, 어바인, 머세드, 샌디에이고),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마셜 케첨 의학전문대학원,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등. 이 학교들은 올해 우리 교회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재학 중인 혹은 입학 예정인 학교들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고 이들 학교에서 공부할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데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장학금은 작은 격려에 불과하지만, 그 장학금에 힘을 얻고 멋진 인생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엄청난 미래가 기대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귀한 일을 시작하시고, 헌신하신 교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장학사업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이끌 믿음의 인재들이 세워지기를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 이전글[이상기 목사의 목양칼럼] "믿음으로 살아온 위로와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24.08.21
- 다음글[강준민 목사의 목회서신] 사람은 고통을 이겨낼 때 성장합니다! 24.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