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오클라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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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4월 22일, 사람들은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오가 되자 대포에서 쏜 포탄이 큰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 소리에 맞춰 5만 여명의 사람들이 무장한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일제히 앞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차에 가족과 살림살이를 잔뜩 싣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말과 마차가 일으키는 흙먼지에 사람들의 함성이 더해지면서 세상은 큰 혼돈에 빠졌습니다. 이 경주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기 위한 달리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달린 목적은 오직 하나,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의 23번째 대통령이었던 벤저민 해리슨은 1889년 3월 23일, 오클라호마 인근에 모여 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영토를 개방하여 이주민들에게 불하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정책을 근거로 1889년 4월 22일, 오클라호마 지역에서 농사와 목축에 적합한 땅 160만 에이커가 깃발을 먼저 꽂은 12,000명의 이주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역사적 사건을 ‘오클라호마 랜드 런(Oklahoma Land Run)’이라고 부릅니다. 먼저 도착해서 깃발을 꽂는 사람에게 땅 소유권이 주어졌기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라는 뜻의 ‘수너스(Sooners)’는 오클라호마를 부르는 별칭이 되었습니다.
‘오클라호마 랜드 런’은 1891년 9월과 1892년 4월, 1893년 9월과 1895년 5월에도 이어졌습니다. 이 정책으로 오클라호마에는 대규모 농장과 목장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모였고, 미국의 한 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클라호마 랜드 런’은 이주민들에게는 먼저 달려가서 땅을 차지하는 기회가 되었지만, 아메리칸 원주민들은 땅을 빼앗기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고난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주중에 ‘오클라호마 한인교회 연합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오클라호마 랜드 런’이라는 아픔의 역사로 시작된 오클라호마주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부흥회는 오클라호마시에 있는 7개의 한인 교회가 연합해서 개최하는 부흥회였습니다. 원래는 10월에 부흥회를 하기로 하고 오래전에 약속했지만, 같은 기간에 우리 교회에서 한인 총회가 열리는 바람에 부득이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 연합회에서 부흥회 일정을 바꾸어서 저를 불러 주셨습니다.
교민이 수천 명밖에 없는 지역이었고, 그나마 그곳에 사는 한인 이민자들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기에 더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LA에서는 그렇게 흔한 한국 식당이나 마켓도 변변한 게 없었습니다. 긴 여름의 끝자락임에도 여전히 기온은 화씨 100도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바다는커녕 몇 시간을 가야 나지막한 산을 만나는 곳이었습니다. 내세울 만한 관광 명소도 가볼만한 데도 없는 곳이었지만, 신실한 성도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믿음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교회를 섬기시는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은 인내와 사랑으로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을 충실히 감당하고 계셨습니다.
사흘간의 짧은 집회였지만, 말씀을 통해 은혜를 나누었고, 그분들과의 만남과 교제를 통해 작은 천국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집회를 인도하면서 제 능력을 넘어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은혜가 이번 집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우리 교회 중보기도팀과 교우들의 간절한 간구의 힘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는 ‘새벽의 경주’라는 책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Yes, 예스’는 이미 완성된 말이기에 아름답지 않고, ‘No, 노’는 단정적인 말이기에 아름답지 않다고 하면서 ‘Maybe, 메이비’라는 말을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꼽았습니다. 그 이유는 ‘Maybe(아마도)’라는 말에는 미래와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번 집회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말은 바로 ‘OK, 오케이’였습니다. 오클라호마주를 줄여서 부르는 우편 약자이기도 한 ‘OK’라는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안에 긍정과 인정, 그리고 믿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오클라호마에서 쉽지 않은 이민자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오케이! 오클라호마’라는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배려해 주신 교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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