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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경건의 무게에 눌린 인생들에게 전하는 건배, “르 하임, 생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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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3-24 | 조회조회수 :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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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병실을 돌며 한 신앙 돈독한 환자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목사님, 제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으니 하나님께 너무 죄송해요. 그동안 먹고 마시며 인생의 낙을 누리기만 하고 경건하게 살지 못한 벌을 받는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그분의 마른 손을 잡으며 저는 전도서 3장 12~13절 말씀을 읽어 드렸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


우리는 종종 '경건'이라는 이름의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웃음보다 근엄함을 갖추고, 맛있는 음식을 멀리하며, 술이나 오락을 자제하고 절제해야만 거룩해진다고 오해하곤 하죠. 하지만 성경은 단호하게 말씀합니다. 먹고 마시며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 자체가 바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입니다.


미국 교회도 그렇지만, 한국 교회 안에는 엄격한 경건주의 때문에 성경이 약속한 '누림'과 '기쁨'을 놓치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믿음이 깊어질수록 웃음이 적어져야 하고, 즐거움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하나님께 죄스러워하며, 오직 교회 사역에만 매몰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가족 여행조차 영적으로 미성숙한 일처럼 치부하는 교회나 선교 단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경건은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주신 삶을 감사와 기쁨으로 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넘치는 은혜로 이웃에게 선을 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짜 신앙의 모습입니다.


몇 년 전, 플로리다 성빈센트 병원에서 원목으로 섬길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동료 랍비의 초대로 보수파 유대교 회당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히브리어로만 이루어진 예배 후에는 애찬의 식탁이 이어졌습니다. 보통 미국 교회들은 과자 몇 조각에 커피가 전부인데, 그 회당은 마치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한국 교회의 식탁처럼 풍성했습니다. 각종 과일과 고기 요리는 물론이고, 테이블 위에는 포도주와 위스키, 샴페인까지 놓여 있었습니다.


회당 랍비의 감사 기도 후에 각자의 잔을 가득 채우고 서로 건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그들이 외친 건배사가 바로 "르 하임(L’Chaim, 생명을 위하여!)"이었습니다. 기쁨의 술잔을 부딪치며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찬양하고 축복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선물로 주신 이 생명을 우리가 일차적으로 기뻐하고 누리길 원하십니다. 그리고 그 기쁨이 이웃에게 흘러가게 될 때, 우리의 삶은 더 큰 '풍성함'과 '충만함'으로 넘치게 됩니다.


오늘 하루, 나의 수고와 일상의 작은 낙들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 기쁨과 감사함으로 누리면 좋겠습니다. 내가 먹는 맛있는 밥 한 끼, 가족과 나누는 즐거운 시간, 일터에서의 보람찬 땀방울...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아름다운 생명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전 3:13)


오늘 당신의 식탁 위에도 하나님의 선물이 가득하기를, 르 하임!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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