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담긴 복음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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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회에 오신 분들은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강단 정면의 달라진 모습에 조금은 놀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배너와 시각적 기물들을 정리하고, 오직 말씀의 울림과 찬양의 여운이 가슴 깊이 남도록 조명등을 설치했습니다. 정들었던 제단과 촛불, 성경책도 자리를 옮겼습니다. 새로운 모습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변화의 이면에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고자 하는 복음의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어떻게 인간의 감각으로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 온 여정이었습니다. 문맹이 많았던 중세 교회에는 이콘(Icon)과 스테인드글라스, 화려한 성화와 촛불, 조각상과 웅장한 제단이 교회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그 자체로 ‘보이는 성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시각적 형상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함을 헤아렸고, 이들 상징물은 신앙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종교 개혁자들이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외치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것을 역설하면서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누구나 글을 읽게 된 시대에 가장 강력한 복음의 도구는 눈에 보이는 형상이 아닌 ‘선포되는 말씀’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강단 벽을 단순화한 것은 바로 이러한 개혁 전통의 현대적 계승입니다. 인위적인 장식을 걷어내어 시각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말씀 그 자체가 성도들의 심령에 직접 부딪히도록 길을 낸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미디어의 시대’입니다. 이제 예배당은 건물 안의 성도들만을 위한 공간을 넘어섰습니다. 유튜브로 송출되는 영상은 세상 사람들이 만나는 우리 교회의 ‘첫인상’이며, 누군가에게는 생애 단 한 번뿐일지 모르는 전도의 기회입니다. 정제된 단색의 벽과 조명은 단순한 실내 장식이 아니라, 길 잃은 한 영혼을 찾아 나서는 선교적 결단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영상은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를 통해 복음을 전하려는 우리 교회의 열린 마음입니다. 변화는 때론 어색함을 동반하지만, 이번 결단은 우리 교회가 얼마나 젊고 역동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본질을 위해 비본질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유연함이야말로 살아있는 교회의 증거입니다.
조명등을 설치하고 십자가의 위치를 고민하고 직접 붓을 들어 페인트를 칠하는 모든 과정에는 교우들의 헌신이 녹아 있습니다. 이 수고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더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진심 어린 응답입니다.
이제 비워진 강단 벽을 우리의 사랑과 기도로 채워야 합니다. 장식이 사라질수록 그리스도의 은혜는 우리에게 더 묵직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비대칭의 미학 속에 세워진 저 십자가처럼, 우리의 삶도 굳어진 틀을 벗어나 하나님이 주시는 창조적인 은혜로 가득 차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예배와 말씀에만 몰입할 수 있는 이 거룩한 환경 속에서, 우리 모두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축복합니다. 이 작은 ‘변화에 담긴 복음의 본질’이 세상을 향해 맑게 흐르는 은혜의 강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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