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Skip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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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새벽기도회를 마치면 사람들은 조용히 개인 기도를 하다가 삶의 자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한 번은 어떤 분이 새벽기도회 후 개인기도 시간에 큰 소리로 기도했습니다. 큰 소리 정도가 아니라 절규하면서 기도했습니다. 목사인 저도 기도를 못할 정도였습니다. 들으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큰 소리로 기도하는 통에 그분의 기도가 제 귀에까지 들려왔습니다.
그분은 누군가를 위해서 간절히 중보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그해 한인회장에 출마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그렇게 부르짖으며 간절히 기도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자신이 원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부르짖으며 기도하던 그분이 이번에는 상대방 후보의 낙선을 위해서도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들으라는 듯이 상대방 후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고, 못된 짓을 하고도 선거에 출마했다고 하면서 조목조목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한 작은 도시의 한인 이민자들을 대표하는 한인회장 선거를 위해서도 저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짖고 기도하는데,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투표했을 것입니다. 그 투표를 하신 분들 중에 신앙이 있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승리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11월 초에 있었던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박빙일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바람과 기대가 현실이 되도록 하나님이 도우셨다고 하면서 감사의 찬양을 드리지만,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실망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올 불안한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어느 크루즈 회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을 떠나 살 수 있는 크루즈 패키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가 내놓은 1년짜리 프로그램에는 ‘현실 도피(Escape from Reality)’, 2년짜리에는 ‘중간 선거(Mid-Term Selection)’, 3년짜리에는 ‘집만 빼고 어디든(Everywhere but Home)’, 그리고 가장 긴 4년짜리에는 ‘건너뛰기(Skip Forward)’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물론, 수십만 달러를 들여 4년을 크루즈에서 보내며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건너뛰기’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어야만 세상이 잘될 것이고,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세상이 망할 것 같이 느끼는 사람들에게 프랑스의 신학자 자크 엘룰은 ‘정치적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정치적 환상’은 세상의 모든 것이 정치에 달려 있다는 환상속에서 지지 후보와 상대 후보를 메시야와 적그리스도로 나누고는 우리 편이 집권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고, 상대 편이 집권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극도의 희망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선거 전에는 어떤 후보도 세상을 바꿀 것처럼 소리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된 후에 기대만큼 세상을 바꾼 적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선거 결과에 대해 과도한 희망을 걸 필요도, 필요 이상의 실망을 할 이유도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은 내 생각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에 따른 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기대와 희망을 일부 정치인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성실한 책임을 통해 정치인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주시하고, 다음 선거에서 그들이 하는 일을 투표로 점검할 때, 민주주의 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책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든 이 나라를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맡길 때입니다. 우리가 건너뛰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아니라, 우리를 나누는 갈등임을 기억하고 마음을 모아 나라의 회복과 하나됨을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기억하시고 축복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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