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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넘어 기다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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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4-12-03 | 조회조회수 : 3,9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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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텍사스에 있는 한 필리핀인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동료 목사님이 찍은 추수감사주일예배 영상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영상에는 과일과 채소 등이 담긴 바구니를 하나씩 든 교인들이 회중석 맨 뒤에서 출발해 강단까지 춤을 추며 나가는 모습이 3분가량 담겨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 문화는 봉헌은 조용히 헌신을 다짐하는 시간이기에 필리핀 회중이 춤을 추며 나가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영상에서 본 필리핀 교회 회중은 그나마 조용한 음악에 맞춰 얌전하게 춤을 추면서 예물을 봉헌했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회의 기독교인들은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봉헌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회에서는 예배 중 헌금을 드리는 시간이 되면 목사가 앞에 나와서 큰소리로 “지금은 헌금 드리는 시간입니다(It’s offering time)”라고 외칩니다. 그러면 교인들은 신나게 손뼉 치며 찬양을 부르고, 열정적인 춤을 추면서 앞으로 나와서 봉헌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흑인 기독교인의 영성은 노예 시절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흑인 기독교인들은 평일에는 노예의 신분으로 살았지만, 주일만큼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교회에 갈 때에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헌금을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 예배드리고, 하나님께 예물 드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특권으로 여겼기에 기쁨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하나님께 예물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주일 예배가 시작되기 전 교인들이 교회 마당에서부터 손뼉 치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옥수수, 달걀, 닭 등 자신들의 형편껏 최선의 예물을 가지고 감사함으로 예배의 자리로 나아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지난 주일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우리 교회 강단에도 각종 과일과 채소, 곡식이 올라왔습니다. 춤을 추면서 예물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주일 예배 후에 풍성하게 장식된 강단에서 ‘속회별 감사 축제’를 통해 춤추며 노래하면서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속회별로 준비한 찬양과 악기 연주, 율동과 연극이 등장했습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연습한 안무가 맞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배경 음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조금 어색했지만, 오히려 우렁찬 목소리로 회중 모두가 마음을 모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 분위가 물씬 나는 색상으로 곱게 차려입은 의상과 정갈한 소품, 찬양과 연극에 맞춰 준비한 기발한 복장이 추수감사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었습니다. 한바탕 감사의 잔치가 끝나고, 추수감사절도 보내고 나니 12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번 주일부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인 대강절이 시작됩니다. 


대강절은 ‘옴’ 또는 ‘도착’을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Adventus’에서 유래되어 영어로는 ‘Advent’라고 부르는 절기로 성탄절 4주 전부터 시작해서 성탄절 이브에 끝납니다. 세상의 달력은 1월을 새해 첫 달이라고 부르면서 시작하지만, 교회력은 대강절부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교회력에 따르면 해마다 추수감사주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곧이어 대강절이 시작되기에 감사를 넘어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어김없이 맞게 됩니다. 


기독교는 기다림의 종교입니다. 성경에서 구약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메시야, 즉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고, 신약은 성령을 기다리고, 부활하신 후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신다는 약속을 기다리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기다림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성경에도 그 불안함 때문에 기다림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럿 등장하지만, 그 불안함을 이기는 힘은 믿음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은 기다림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 기다림은 기다리는 대상에 나를 맞추는 시간입니다. 기다리는 대상에 나를 맞출 수 있는 이유는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기다림을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그 믿음과 사랑으로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기다림은 축복입니다. 기다림이 축복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분명히 오셨고, 승천하신 예수님은 반드시 다시 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계절을 지나 기다림의 절기에 들어서는 우리 모두에게 기다림의 축복이 임하길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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