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새들의 삶에서 깨달은 하나님의 평화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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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종류에 따라 집을 짓는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다. 독수리는 높은 나무 위에 크고 견고한 집을 짓고, 우리에게 친숙한 까치는 마을 어귀 감나무나 여러 나무 위에 둥지를 튼다. 제비는 처마 밑에 집을 짓고, 박새는 돌 틈이나 작은 구멍 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같은 새이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고, 그 다름 속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새를 무척 좋아했다. 한때는 집에 새장을 만들어 여러 종류의 새를 키워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야 할 새들을 내가 가두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새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냈고, 그 이후로는 백야드에 새집을 만들어 자연의 새들이 찾아와 살아가도록 하고 있다.
약 10년 전, 백야드에 12마리가 살 수 있는 구멍이 있는 ‘새 콘도’를 설치했다. 그 이후로 퍼플 마틴(제비과)들은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 뒤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떠난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나는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퍼플 마틴이 떠난 자리에는 참새들이 들어와 산다. 참새는 철새가 아니라 사계절을 그곳에서 보내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그렇게 텃새가 된 참새들과 철새인 퍼플 마틴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살아간다. 12개의 작은 집을 나누어 쓰면서도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늘 아침마다 수십 가지의 소리로 나의 귀를 즐겁게 해 주던 흉내지빠귀 두 마리가 새 콘도에 들어와 둥지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이 새는 나무 위에 둥지를 트는 새인데, 갑자기 집의 두 구멍을 차지하고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퍼플 마틴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공격하며 쫓아내려 했지만, 흉내지빠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 역시 몇 번이나 쫓아내 보았지만, 계속해서 다시 돌아왔다. 결국 나는 둥지를 짓던 구멍을 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 구멍을 차지하려 했다.
처음에는 ‘자연의 일은 자연에 맡기자’는 마음으로 지켜보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새들 사이의 긴장과 충돌은 계속되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점점 무거워졌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흉내지빠귀는 나무 위에 얼마든지 둥지를 지을 수 있는 새이고, 주변에는 충분한 나무들이 있다. 그래서 새 콘도의 구멍을 막아가며 그 새가 다시 나무로 돌아가 둥지를 틀도록 유도했다.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나면 더 큰 갈등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새 콘도의 ‘주인’으로서 질서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 후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아침에 백야드에 나가면, 지저귀는 새소리와 창공을 날며 춤추듯 나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내 마음에도 잔잔한 기쁨과 감사가 흘러든다.
이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이 땅에도 각 지역마다 오랜 시간 살아온 사람들이 있고, 저마다 지켜 온 삶의 터전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온 세상이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이 땅과 온 우주,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원하실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욕심과 갈등 속에서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이 모든 혼란에 간섭하시어 이 땅에 다시 평화를 회복해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주님, 하루속히 이 땅에 참된 평화가 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그 평화가 먼 곳에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과 우리의 삶 속에서부터 먼저 시작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침마다 백야드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평화로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조용히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 저 새들처럼 우리도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다투지 않고 살아갈 수 없겠습니까."
작은 새들도 함께 살아가는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가 왜 서로를 아프게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기도한다.
"주님, 이 땅에 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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