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성금요일에 만난 감사와 소망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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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앞둔 한 주간, 우리는 고난주간을 지내며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하게 된다. 교회마다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주님의 고난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진다.
성금요일(Good Friday)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날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고통과 죽음의 날이지만, 믿음으로 바라보면 그날은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깊이 드러난 날이다. 십자가는 슬픔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결단이었고, 구원의 길이 열린 은혜의 시작이었다.
성금요일을 묵상하다 보면 마음에 한 가지 분명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주님께서 당하신 고난은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고난의 끝에는 반드시 부활이 있고, 그 부활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소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이곳에 계신 한 선교사님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 따님이 아들을 낳아 외손자가 태어났다는 소식이었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우리 부부를 식사에 초대해 주셨다. 사모님께서는 따님을 돌보시기 위해 자리를 비우신 상황이어서, 나는 아내 대신 두 분의 선교사님들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네 사람이 함께한 점심 자리였다. 우리는 외손자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쁨을 나누었고, 자연스럽게 선교 이야기와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일들, 그리고 책을 쓰며 느끼는 마음까지 허심탄회하게 나누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깊이 통하는, 참으로 따뜻한 교제의 시간이었다.
그 자리에 함께하신 분들은 모두 나에게 큰 도전이 되는 분들이었다. 한 분은 칠순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의 신학생들을 위해 매주 두 차례 신학교에서 강의하시며 복음을 전하고 계신다. 또 한 분은 60대 후반의 연세에도 멕시코 난민촌을 찾아가 몸으로 섬기며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그리고 또 한 분은 일흔다섯의 연세로 은퇴하셨지만, 멕시코 교도소 사역을 준비하며 말씀을 전할 날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이 깊이 움직였다. 나이가 들수록 내려놓고 쉬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오히려 그분들은 더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계셨다. 그 모습 속에서 나는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의 식사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여 주신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믿음의 삶은 말이 아니라, 결국 살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특별히 내 주변에 이렇게 귀한 선교사님들이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모른다. 나는 그분들과 더 자주 만나고, 더 깊이 교제하며, 그 삶 속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오랜 시간 선교 현장을 지켜오신 선배들의 이야기는 책에서 얻는 지식과는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얼마나 진지하게 붙들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다시 하나님께 나아가게 된다.
성금요일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십자가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고난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 고난 너머에 있는 부활을 함께 바라본다. 그래서 내 마음에는 슬픔과 함께 소망이, 묵상과 함께 감사가 자리 잡게 된다.
그날 만났던 선교사님들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그분들의 삶을 통해 나는 다시 용기를 얻는다. 나도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 조용히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그 은혜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감사가 내 삶 속에서 작은 순종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성금요일의 십자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오늘도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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