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부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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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남쪽 끝에 있는 샌디에이고를 지나면 멕시코 국경을 만납니다. 멕시코 쪽 국경도시인 티후아나에서부터 남쪽 끝에 있는 카보 산 루카스까지 이어지는 반도는 서쪽으로는 태평양, 동쪽으로는 캘리포니아만 사이에 좁고 길게 뻗어있는 지역으로 ‘아래쪽 캘리포니아’라는 뜻의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라고 불립니다.
이 지역은 남한 면적의 약 1.4배에 달할 정도로 넓지만, 인구는 400만 명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티후아나와 멕시칼리 같은 국경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기에 바하 캘리포니아 지역은 일부 해안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막과 산악 지역으로 된 척박한 땅입니다.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의 북중부는 원래 ‘꼬치미(Cochimi)’라는 이름의 원주민 부족의 땅이었습니다. 산악 지대와 사막 지역에서 자급자족하며 살던 ‘꼬치미’ 부족의 삶은 17세기 후반 스페인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크게 변했습니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 부족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하면서 농업과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전수했지만, 그와 함께 유럽에서 들어온 질병과 강제적인 사회 동화 정책으로 인구가 급감했습니다.
‘꼬치미’ 부족은 자신들의 언어를 포함한 전통도 잊어버렸고, 인디언 부족으로서의 용맹함도 잃어버린 채 서서히 문명사회의 일원이 되어 갔습니다. 그렇다고 현대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꼬치미 부족은 집단 주거지에 모여 살고, 추장도 두고 있지만 옛날과 같은 권위는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술과 마약을 의지하며 범죄의 위협 속에서 희망 없는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멕시코에서도 ‘잃어버린 부족’이라고 불립니다.
우리 교회는 32년 전부터 ‘바하 캘리포니아’ 중간에 있는 한 ‘꼬치미’ 마을을 섬기고 있습니다. 꼬치미 마을에 세운 교회를 돕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목회자를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꼬치미 원주민들이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가져다가 판매하면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선교팀을 중심으로 일 년에도 여러 차례 꼬치미 마을에 다녀오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자동차로 샌디에이고 국경까지 내려가는 것만도 먼 길인데, 국경을 넘어 다시 두 시간 정도 해안 도로를 달려 엔세나다까지 가야 합니다. 엔세나다에서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고, 다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산길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가야 꼬치미 인디언 부족이 사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막상 가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서는 길이지만, 32년을 한결같이 찾을 수 있는 것은 우리 교회 선교팀을 반기는 마을 주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32년 전 코흘리개 꼬마로 만났는데, 지금은 할머니가 된 원주민이 있습니다. 수십 년째 병석에 누워 있는 원주민도 있고, 자식을 잃고 의지할 데 없어서 눈물 흘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리 교회 선교팀은 이들에게 큰 위로를 주는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더구나 그 마을 구석구석에는 우리 교회 교우들이 뿌린 기도와 사랑의 씨앗이 자라고 있습니다. 마을 뒷산 정상에 세워진 십자가를 손수 손보신 교우들의 사랑과 수고가 있고, 교회 옆에 숙소를 마련하고, 교회 창문을 내고, 지붕을 수리한 교우들의 헌신이 남아 있습니다. 청년들이 그려 놓은 벽화가 지금도 교회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고, 예배당 강대상부터 의자까지 우리 교회 교우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일 년에도 몇 차례씩 꼬치미 마을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지만, 날짜를 정해놓고 방문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물론,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그곳을 찾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성탄절 이브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국경이 그나마 한가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3~4시간씩 걸리는 국경을 그날만큼은 1시간 내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에 꼬치미 마을에 다녀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줄 장난감을 모아서 전달하려고 합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꼬치미 마을을 찾는 선교부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32년을 한결같이 ‘잃어버린 부족’을 찾아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꼬치미 선교팀을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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