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아라비아의 시내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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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해방의 지도자 모세가 여호와 하나님을 만난 장소는 시내산입니다. 그곳은 소명과 비전의 장소이기 때문에, 시내산 탐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장소나 승천하신 장소를 찾는 것처럼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십여 년 전 시내 반도의 시내산을 어렵게 찾았을 때, 저는 그 장소가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고 백성이 진 친 장소가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 주변의 환경이 200만의 사람이 진을 친 장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성지 순례’를 하는 사람들은 그 옛날 경건한 사람들이 거룩한 체험을 한 장소에서 신앙의 교훈을 찾으려는 “의미의 순례자”입니다. 이스라엘 땅을 답사하면서 많은 유적을 돌아보는 중에 엘리사의 샘물, 삭개오가 올라간 뽕나무, 겟세마네의 감람나무, 예수님의 정원 무덤, 예수님의 출생지, 그리고 골고다 언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종종 수천 년 전의 유적지가 ‘역사적 흔적’이라기 보다는 ‘개연성의 장소’(the place of probability)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내 반도의 시내산을 방문하고 다시 십여 년이 흐르는 동안,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 장소가 이곳 ‘아라비아의 시내산’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여러 사람을 강의와 책을 통해서 만났습니다. 또 강력한 확신 속에서 연구하고, 투자하고, 토론하고, 현장을 확인하여 검증하려는 열정적인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켄 안 선교사님은 ‘개연성의 장소’를 ‘확신의 장소’로 바꾸려는 강력한 명분을 가지고, 개인의 경력을 바꾼 열정의 일꾼입니다. 그는 이 명분을 위해서 수년 전 성서학 박사과정의 학생이 되었고, 또 강사, 집필자, 연구단체 설립자이자 여행인도자가 되었습니다.
2025년 1월 18일, 새벽 7시 30분 저를 포함한 11명의 탐사대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시내산, 자발 알 라오즈(Jabal al Lawz)를 방문하였습니다. 등정하기 전, 떠오르는 아침 태양에 시내산이 어두움에서 황금색으로 짧은 순간에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 선교사, 학자, 장로님과 권사님이 열정적인 연구자가 되어 4시간의 고통스러우나 즐거운 등정을 하였습니다. 엘리야가 피신한 호렙의 동굴이라 여겨지는 곳을 지나 70인의 장로들이 여호와 앞에 모였을 것으로 여겨진 중턱의 널찍한 광장, 시내와 호젓한 공간을 지나갔습니다(출 24:1). 옅은 갈색 화강암 지층이 군청색의 현무암으로 바뀌면서 하나님의 두려운 영광의 임재가 있었을 바위산을 끝까지 올랐습니다(출 24:15-16).
등정하는 길에서 지나온 제물이 이동하는 통로와 제단(출 20:24-25), 백성들이 지파별로 쌓은 돌기둥(출 24:4), 근처의 바위에 그려진 많은 암각화와 황소의 암각화가 잔뜩 그려진 금송아지 제단으로 여겨지는 곳을 보았습니다. 하산하면서 200만이 장막을 칠 수 있는 광활한 공간을 볼 때, 이곳은 시나이반도보다 훨씬 더 높은 개연성을 가진 출애굽 흔적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우리는 장소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성경을 믿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검증을 통해서 장소적 진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믿음에서 나온 변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산하며 생각합니다. 믿음은 사도와 선지자를 따르는 오래된 믿음이 좋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변증하기 위하여, 이성과 논리가 필요합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생각하면,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믿고, 생각하고, 토론, 재고하여 좋은 신앙인이 되려는 이 장소에 오신 24명의 순례자를 축복합니다. 사랑으로 동행하신 이재환 선교사님, 패러다임 변혁을 도모하는 케빈 안 선교사님 부부, 그리고 토론을 인도해주신 김선익, 송병주 목사님과 이상명 총장님, 섬기며 동행한 본부 요원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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