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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02-12 | 조회조회수 : 5,2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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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한국 사람으로 처음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아세요?” 오래 전에 심방하기 위해 방문한 전옥형 권사님께서 집에 들어서는 제게 던진 생뚱맞은 질문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 처음이자 유일하게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닌가요?” 제 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권사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우리 아들이에요. 우리 아들이 김 대통령보다 먼저 노벨상을 받았어요.” 한국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미심쩍게 바라보는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권사님은 벽에 걸린 액자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제 아들이 받은 노벨 평화상이에요.”


벽에 걸린 액자에는 정말 ‘노벨 평화상’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1999년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라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 전옥형 권사님의 큰 아드님이 그 단체 소속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또 한국 사람이 좋은 일로 귀한 상을 받았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권사님께서 이번에는 둘째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하면서, 그가 만들었다는 여러 편의 영화 이름을 대셨습니다. 영화의 문외한인 제가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영화들이었습니다. 권사님의 둘째 아들인 더글러스 전(Douglas Juhn) 감독은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시각효과 연출 및 예술 감독(VFX, Visual Effects Art Director)’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창 둘째 아들이 만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가 마침 집에 왔기에 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랑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더글러스는 패서디나 아트 센터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고, 혼다와 르노 등에서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 시각 효과 연출 및 예술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더글러스와 다시 만난 것은 7~8년이 흐른 후였습니다. 전옥형 권사님께서 이사를 가셨다기에 심방하기 위해 이사한 집을 찾았습니다. 더글러스는 결혼도 미룬 채 그곳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권사님이 정성으로 차린 음식을 나누는데, 더글러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암 수술로 목소리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거친 숨소리를 담은 입 모양만으로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짓과 선한 표정에 담긴 환대의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만남 후에 그를 다시 만난 것이 지난 1월 10일이었습니다. 전옥형 권사님께서 아들이 병원에 있는데, 심방을 와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흘 전에 통화하면서 아드님이 감기 증세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은 들었기에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찾아가겠다고 했는데 전염의 위험도 있고, 또 하루이틀 후면 퇴원을 한다고 했기에 미루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시각이 금요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전 권사님은 토요일 오전에 오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당장 가 봐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면회 시간도 지났지만, 무조건 병원으로 갔습니다. 겨우 찾아간 중환자실에서 더글러스는 의식을 잃고 산소호흡기를 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임종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고, 더글러스가 예배 후 몇 시간 후에 평안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제 더글러스 전 감독의 장례 예배가 있었습니다. 예배에서 그가 만든 ‘슈퍼맨 리턴즈’라는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설교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 땅에서 ‘훌륭한 아들로(Super Excellent Son)’, ‘멋진 예술인으로(Super Talented Artist)’, ‘좋은 동료로(Super Good Colleagues)’로 살았던 슈퍼맨이 진정한 고향인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은 더글러스만이 아니라 우리도 언젠가 돌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더글러스가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전옥형 권사님과 남은 가족들을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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