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자녀의 기도로 이루어진 어린이날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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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날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의 웃음과 기쁨을 바라보며 부모 또한 큰 행복을 느끼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 어린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하나님의 은혜와 응답을 깊이 경험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둘째 딸이 일곱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두 딸에게 “어린이날에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초등학교 1, 2학년이던 두 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뜻밖의 대답을 했다.
“엄마가 어린이날에 아기를 낳아주면 좋겠어요.”
그 말은 나와 아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 아내는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출산 예정일은 5월 15일이었다. 아직 열흘 이상 남아 있었기에 아이들의 바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두 딸은 다른 어떤 선물도 필요 없다고 하며, 어린이날에 동생이 태어나기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웃으며 “그건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어린이날에 동생을 맞이하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1996년 5월 5일, 그날은 주일이었다. 우리는 평소와 같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교회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아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리는 급히 두 딸을 교회에 내려주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분만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불과 세 시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간호사가 “아들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과 기쁨을 느꼈다. 이미 두 딸이 있었기에 마음속 깊이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그 기쁨은 더욱 컸다.
아무런 징조도 없던 상황에서, 교회로 가던 길에 진통이 시작되고 어린이날에 아이가 태어난 이 놀라운 사건을 통해, 나는 어린 자녀들의 순수한 기도가 얼마나 귀하게 하나님께 올라가는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두 딸은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정성껏 동생을 돌보며 사랑을 나누었다. 막내아들은 온 가족의 사랑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났고, 우리 가정에는 기쁨과 웃음이 더욱 풍성해졌다.
세월이 흐르며 자녀들은 모두 성장했고, 각자의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있었다. 둘째 딸이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그 날짜가 다시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우리 가정에는 아들과 외손자가 같은 날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고, 어린이날은 더욱 특별한 날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5월 24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5월은 우리 가정에 있어서 기쁨과 감사가 끊이지 않는 축복의 달이 되었다.
올해 어린이날 즈음에는 아들의 생일을 맞아 아들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며느리는 남편의 서른 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부탁하여 영상 편지를 준비했다. 여러 사람들의 축하와 사랑이 담긴 영상은 아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그것은 물질적인 선물보다 훨씬 더 값진 선물이 되었다.
아들과 나는 함께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큰 물고기를 잡아 직접 요리해 먹고, 함께 음식을 만들며 웃음을 나누었다. 또 아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그 모든 순간이 참으로 따뜻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 마음에는 늘 기도의 제목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결혼 후 아직 자녀가 없는 아들의 가정을 위해서이다. 이제 서른이 된 아들에게도 자녀의 복이 허락되어, 믿음 안에서 더욱 풍성한 가정을 이루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한 생명이 태어나는 일은 인간의 계획이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아들은 지금 자녀가 없지만, 반려견과 함께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마음으로는, 언젠가 아들의 가정에도 귀한 생명이 주어져 손주를 안아보게 되기를 소망하게 된다.
어린이날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날이다. 또한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과, 그 자녀를 향한 하나님의 더 크신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우리 가정의 어린이날은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져 왔다. 아이들의 순수한 기도가 현실이 되었고, 그 기쁨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나는 같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주님, 저의 아들 가정에 자녀의 복을 더하여 주시고, 모든 가정에 생명의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린이날의 기쁨이 모든 가정에 믿음의 축복으로 이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린이날의 참된 축복은 선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과 사랑,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믿음의 기쁨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 본다.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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