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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택 교수의 문학 칼럼] 『어린 왕자』 3. B-612라는 작은 별: 고독한 현대인의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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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5-04 | 조회조회수 : 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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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독하다. 어린 왕자의 고향은 거대한 왕국이 아니다. 그것은 망원경으로 겨우 발견될 만큼 작은 소행성, B-612다. 그곳에는 장미 한 송이와 작은 화산들, 그리고 매일 뽑아야 하는 바오밥나무의 싹이 있다. 이상하게도 이 작은 별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것은 현대인의 내면 풍경과 닮아 있다. 각자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화면, 자기만의 언어, 자기만의 알고리즘 속에서 작은 행성을 꾸리고 산다.


군중 속에서 고독이 깊어진다. 오늘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연결되어 있다. SNS 메시지는 즉시 도착하고, 화면 너머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응답한다. 그러나 연결의 양이 곧 관계의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팔로우’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침묵을 오래 견디지는 못한다. 서로의 소식을 알지만, 서로의 상처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현대인의 고독은 단절의 고독이 아니라, 과잉 연결 속의 고독이다. 수많은 신호가 오가지만, 영혼은 여전히 자기 별에 혼자 고독하게 앉아 있다.


그렇다. B-612는 고향이면서 동시에 유배지다. 고향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장소이지만, 유배지는 나를 가두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린 왕자는 자기 별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그곳을 떠난다. 떠남은 배신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세계만이 전부인가? 나의 장미, 나의 화산, 나의 습관, 나의 상처가 우주의 중심인가? 그는 다른 별들을 방문하면서 자기 자신을 다시 배운다. 타자의 세계를 통과한 뒤에야, 그는 자기 별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한다.


이 지점에서 『어린 왕자』는 선교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선교는 타자의 별에 무례하게 착륙하여 내 언어와 체계를 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먼저 그 별의 중력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곳의 장미는 어떻게 피는지, 그곳의 바오밥은 어떤 나무인지, 그곳의 외로움과 두려움은 어떤 색깔인지 묻는 일이다. 존중과 경청 없는 선교는 방문이 아니라 침입이 된다. 사랑 없는 진리는 견딜 수 없는 소음이 되고, 절실한 필요와 관계없는 복음은 낯선 행성에 떨어진 차가운 문장이 된다.


시간 여행을 떠나자. 성경의 하나님은 먼 하늘에서 명령만 내리시는 분이 아니라, 인간의 작은 별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이시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는 요한복음의 선언은 하나님의 선교 방식이 성육신임을 보여 준다. 하나님은 우리의 언어, 눈물, 먼지, 시간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사명도 먼저 방문하고, 듣고, 함께 머무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 우리는 각자의 B-612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별이 감옥이 되지 않으려면, 누군가의 별을 향해 사랑을 품고 떠나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타자를 만나고 돌아온 사람만이 자기 고향을 새롭게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은 자기 별에 갇히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타자의 별을 방문하는 용기다. 거기서 더 큰 사랑을 키우는 것이다. <계속>

임윤택 교수(선교신학자, 미주 장신대학교 선교학 박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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