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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칼은 국가에, 용서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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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5-01 | 조회조회수 : 1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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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5일 저녁,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31세 남성 콜 앨런이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겨냥해 무장 총격을 시도하다 체포된 것입니다. 그는 반자동 권총과 산탄총으로 무장한 채 만찬장 인근으로 돌진했으나 비밀경호국에 제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관 1명이 총격을 당했지만, 다행히 방탄복 덕분에 생명에는 지장 없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전직 교사이자 게임 개발자인 콜 앨런은 이른바 ‘수재’였습니다. 칼텍(Caltech)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로봇 대회 우승과 장애인용 장비 개발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컴퓨터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명석한 두뇌와 화려한 이력은 증오를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 못했습니다. 범행 직전 가족에게 보낸 “고위직부터 하위직 순으로 처단하겠다”라는 이메일은 그가 가진 지성이 특정 정파에 대한 분노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군 복무 시절 전투부대에서 총포를 다루고 훈련 시켰던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러한 우발적 폭력의 가능성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 실감합니다. 폭력은 학벌이나 재능, 교육 수준과 무관합니다. 앨런의 사례는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 특정 인물에 대한 반복적인 증오와 정죄가 ‘폭력의 행사’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복되는 정치 지도자 암살 시도는 우리에게 ‘정치적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상대를 직접 소멸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효율적인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파멸을 부르는 우회로일 뿐입니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를 “특정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폭력)을 독점하는 유일한 공동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국가만이 합법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성경은 이를 “칼을 가진 관원(롬 13:4)”의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즉, 한 개인은 결코 스스로 심판자가 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우리가 이 원칙을 받아들인다면, ‘응보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나서는 개인적 보복이나 린치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내가 심판하리라”는 생각은 정의 구현이 아니라, 사회적 병리 현상에 가깝습니다. 국가 시스템 안에서 시민은 스스로 심판의 집행자가 되는 대신, 정의의 칼을 가진 공적 권위에 호소하고 부르짖는 존재여야 합니다.

   

자크 엘륄(Jacques Ellul)은 저서 『폭력』에서 폭력이 결코 ‘선’하거나 ‘거룩’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폭력이 생물학적·사회적 필연성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은총과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엘륄의 주장처럼 폭력은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 더 큰 폭력을 낳는 ‘폭력의 순환’에 이를 뿐입니다. 정치적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모두를 집어삼킬 파멸의 기계에 ‘증오’라는 연료를 공급하는 행위입니다.


국가는 법과 강제력을 통해 정의를 세울 수 있지만, 예수님은 우리 개인에게 더 높은 차원의 명령을 내리십니다. “형제를 향해 노하거나 모욕하는 자마다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마 5:22)는 말씀은, 비판은 할 수 있으되 그것이 증오와 살해 욕구로 이어져서는 안 됨을 경고합니다. 


나아가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들을 위해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스데반 집사 역시 돌팔매질을 받어 죽어가며, 그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간구했습니다. 이 극적인 장면들은 우리 마음의 종착역이 살인적인 분노가 아닌 사랑과 배려여야 함을 웅변합니다. 국가는 악을 악으로 갚음으로써 질서를 유지할지라도, 그리스도인은 악을 선으로 갚으라는 숭고한 요청 앞에 서 있는 존재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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