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온 길, 함께 걸어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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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교회가 세워진 지 121주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우리 교회는 1904년 3월 11일, "한인 선교회(Korean Mission)"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첫 지도자였던 셔먼 여사(Mrs. Florence Sherman)는 의료 선교사였던 남편 해리 셔먼을 따라 1898년 12월에 조선 땅에 선교사로 파송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교 기간이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해리 셔먼 선교사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 2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요양하던 해리 셔먼 선교사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믿고 의지했던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낸 셔먼 여사는 두 아이를 데리고 바느질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젊은 과부였습니다. 비록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지만, 조선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조선 땅을 밟을 수 없다면, 자신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에 온 한국인들을 돕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던 20여 명의 한인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탈출하듯 떠나온 노동자들, 정치적 망명자들, 그리고 꿈을 좇아온 가난한 유학생들이었습니다. 그녀는 한국 유학생 신흥우를 비롯한 12명의 한인과 함께 ‘한인 선교회(Korean Mission)’라는 이름으로 작은 씨앗 하나를 미국 땅에 심었습니다.
그러나 그 씨앗은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황무지에 놓인 듯했고, 척박한 땅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한동안은 죽은 듯이 땅속에 머물러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심은 씨앗은 남가주대학 인근의 버드롱 길(Budlong Ave.), 제퍼슨 길(Jefferson Blvd.), 워싱턴 길(Washington Blvd.), 29가(29th St.)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조금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1970년대, 한인 이민자들이 몰려오던 시기에 로벗슨 길(Robertson Blvd.)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던 교회는 ‘로벗슨 한인연합감리교회’라는 이름으로 한인 이민자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습니다. 1989년, 공항 인근의 현재 자리로 이전하면서 교회 이름을 ‘LA연합감리교회’로 바꾸고, 미 본토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 교회이자 이민자들의 어머니 교회라는 사명을 감당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교회는 낯선 언어와 문화로 가득한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들을 믿음의 길로 인도하며 121년이라는 세월을 그들과 함께 걸어왔습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그것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눈물과 기도로 다져진 역사였습니다. 이민의 삶은 흔히 바람에 날리는 먼지 같다고 하지만,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그 바람 속에서도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들은 교회를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거룩한 자리로 만들었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숲속에서 뿌리를 깊이 내리고 이민자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나무가 되게 했습니다.
지난 121년의 세월이 하나님과 함께 걸어온 은혜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걸어갈 길은 우리의 기도와 믿음이 담긴 소망의 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끼리만 걷는 길이 아니라 이민 사회와 함께 걷는 길이 되어야 하고, 이웃과 함께 걷는 길이 되어야 하고, 다음 세대와 함께 걷는 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신앙의 선배들이 뿌린 눈물과 기도의 씨앗 위에 자라난 은혜의 공동체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유산을 이어받아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믿음과 사명의 길이여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이민자의 삶을 품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며, 지역 사회를 섬기며, 세계 선교에 앞장서는 신앙 공동체로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은혜의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붙들고 격려하며, 더 크고 넓은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함께 걸어온 길이 우리를 여기까지 은혜로 이끌었다면, 앞으로 함께 걸어갈 길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앞으로도 하나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그리고 이민 사회와 다음 세대와 함께 걸어가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드는 ‘LA연합감리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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