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목사 목양칼럼]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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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 전 필자를 만나길 원하는 분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35년 이상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두 주일 전에 전화로 만나서 상의할 말이 있다고 해서 거절치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이런 만남을 가질 때는 무슨 문제로 상담을 하려는가에 하여 긴장을 하게 됩니다.
80년대 초 유학생으로 미국에 오셨습니다. 유학 중 결혼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청운의 푸른 꿈을 꾸고 미국에 오셨지만, 아직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가정을 통하여 행복을 원했지만, 그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딸과 아들을 낳았지만 계속되는 아내와의 불화로 가정은 파탄났습니다.
이후 30여 년 동안 홀로 고단한 삶을 살아오시는 동안 70 중반의 나이에 들었습니다. 그날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 그렇게 힘든 삶을 사시는 줄 몰랐었습니다. 요즘 매일 바닷가 해변에 나아가 눈물로 통곡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고단한 삶으로 마음만 약해진 것이 아니라 몸도 극도로 쇠해지셨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은 “개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닷가 부촌의 큰 저택에서 누님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그 집의 개가 건강보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 사망보험까지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가 개만도 못하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특별하고 귀한 개이기에 그런 대접을 받느냐고 했더니 쉽게 우리가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의 값이 $3000.00불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개만을 위한 전용 미용실에 주기적으로 가야 합니다. 먹는 음식도 아무거나 주지 않습니다. 정제된 건강식으로 제공합니다.
그분을 도울 방법이 내게는 없는 것 같아 혹시 아들과 딸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했더니 모른다는 것입니다. 부인과 헤어지고 나서 지난 30여 년간 자녀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지척의 거리에 살면서도 의도적으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딸은 변호사고 아들은 의사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가정을 지키지 못한 것 때문에 아들과 딸에게 다가갈 용기도 면목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잘못했어도 부모와 자식은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더 늦기 전에 따님과 만남을 주선하려고 따님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근황을 알리고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했습니다.
필자의 제안에 그러시겠다고 하시면서도 홀로는 따님과 만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시며 만일 사랑하는 딸이 자신을 만나는 것을 허락한다면 목사님과 함께 만나길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돌아서시는 발걸음이 전과 비교하면 너무 가볍고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2025년 3월 10일
이상기 목사(평강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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