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무례한 기독교인 되지 않기 > 칼럼 | KCMUSA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무례한 기독교인 되지 않기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칼럼

홈 > 목회 > 칼럼

[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무례한 기독교인 되지 않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5-03-13 | 조회조회수 : 9,128회

본문

고교 동창생이 모여서 만든 카톡방이 있습니다. 은퇴 이후에 비로소 친구의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0여 년 전의 친구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만나니, 사회적 성취를 훌륭하게 이룬 친구, 아직도 여러 방면에서 공헌하는 친구를 만나며 도전받습니다. 그런데 그곳도 사람의 모임이라 정치적인 일방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정치ㆍ종교 이야기는 말자”하는 권면이 나옵니다. 

   

목회자가 된 저는 이 상황이 매우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신자들이 교훈을 삼아야 할 기회가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한편으로 논쟁과 토론의 영역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확신과 신앙의 영역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철학자 리쾨르의 일생을 가로지르는 두 가지 화두, 곧 “비평(critique)과 확신(conviction)”의 두 가지 영역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리스도의 구속에 대하여 믿고 수용합니다. 이는 우리의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초합리성의 영역, 믿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철학적 견해나 정치적 입장의 선택은 토론과 비평의 영역입니다. 저는 마르크스의 생각을 하나의 견해(opinion)로 받으나 진리로 받지 않습니다. 마르크스의 경제적 결정론에 대해 우리는 막스 베버의 또 다른 대립적 견해를 통해 토론합니다. 정치적 견해 역시 토론의 영역인지라, 그것을 우리가 논의할 수는 있지만 강요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정치적 견해의 제시할 일이 생겨도 그 일에는 반드시 예절이 필요합니다. 그 진술이 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강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과 정치신학”이라는 수업 시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국의 정치적 투쟁에서 목회자의 처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를 위한 한 학우의 참고도서에 대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신앙인의 공적인 대화에 있어서 “탁월한 예절”(Uncommon Decency)이라는, 지도교수였던 리처드 마우(Richard Mouw)의 저술을 소개하였습니다. 우리말 번역은 “무례한 기독교”으로 뉘앙스를 살렸습니다. 

   

많은 경우 기독교인은 확신이 지나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고 말하거나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믿음은 모든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벧전 3:15)고 당부하였습니다. 이는 사도 바울이 믿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신앙의 “승리주의”(triumphalism)나 신앙인의 아집, 교만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앙인은 자신이 그리스도를 알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며, 불신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압도적인 자기 확신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무례한지, 혹은 강력한 확증편향이 얼마나 사람을 일방적으로 만드는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완벽하게 정신적인, 영적인 균형을 가진 분은 예수님 외에 없습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편파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신앙적 확신을 버리거나, 종교 다원주의 혹은 혼합주의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 불가지론을 허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포용적인 태도, 곧 정죄하기 이전에 타인을 분별하고 대화의 동등한 상대로 수납하는 인정과 존중의 태도를 생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편에 대한 탁월한 고상함과 품위를 보여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향하여 유일하게 정죄하실 수 있는 분 예수께서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그 여인에게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권면하는 것을 봅니다(요 8:11). 이렇게 예수님은 말씀을 버리지도 않고 사랑의 설득을 포기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