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곁에서(In the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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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ross~ In the Cross~ Be my glory ever’ 얼마 전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찬양의 가사였습니다. 이 찬양은 찬송가의 여왕으로 불리는 패니 크로스비가 작사한 ‘십자가로 가까이’(찬송가 439장)라는 찬송의 후렴이었습니다. 우리말로는 ‘십자가~ 십자가~ 무한 영광일세’라고 번역되어 불리고 있습니다.
이 찬송을 들으면서 ‘In the Cross’라는 가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이 말은 ‘십자가 안에서’가 되기에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차라리 ‘십자가 위에서(On the Cross)’나 ‘십자가 옆에서(By the Cross)’라고 해야지 말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십자가 아래에서(Under the Cross)’라고 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크로스비 여사는 ‘공간 내부에 들어가 있을 때’ 사용하는 ‘in’이라는 전치사를 써서 ‘In the Cross(십자가 안에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아마 바울이 갈라디아서 2장 20절에서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난 후, 자신의 삶은 더는 자기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삶’이라는 믿음의 고백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셨을 때, 그의 곁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대신해서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갔던 구레네 사람 시몬도 있었고,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 좌우편에 달린 두 명의 죄수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고 그의 옷을 취하기 위해 제비를 뽑던 군인들이 있었고, 신 포도주를 적셔서 예수님의 입에 적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향해서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라고 부르면서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라고 소리치면서 예수님을 모욕하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라고 말하면서 예수님을 희롱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조롱하고 모욕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던 예수님의 어머니와 이모,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도 십자가 곁에 서 있었고, 예수님으로부터 어머니를 부탁한다는 마지막 사명을 받은 사도 요한도 예수님의 십자가 곁을 지키던 사람이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셔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했던 백부장도 십자가 곁에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십자가 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고난을 비웃고 조롱했습니다. 그들은 그분의 고통 속에서조차 자신들의 조소와 오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그 아픔을 마주하며 슬퍼했습니다. 눈물로, 침묵으로, 혹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분 곁을 지켰습니다.
교회력으로 다음 한 주간을 ‘고난주간(Holy Week)’이라고 부릅니다. 고난주간은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까지의 한 주간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2025년 고난주간 새벽기도회’에서는 ‘십자가 곁에서’라는 주제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증인으로 서 있었던 6명의 시각을 통해 십자가 사건을 재조명하고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십자가는 단순히 고통과 죽음의 상징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깊이 드러난 자리이며, 죄인이 의인으로 변화되는 자리이고, 절망 속에서 소망이 피어나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 곁에 서 있었던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주님께 맡기고, 생명의 복음을 전하겠다는 결단으로 십자가 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도 구원의 십자가 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의지하며, 십자가 곁으로 다가서야 합니다. 십자가 곁에서 우리는 주님을 향한 믿음을 고백하고, 소망을 발견하고, 제자 됨의 사명을 돌아보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사랑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십자가 곁에서’ 주님을 깊이 만나시는 고난주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아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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