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프아테(Nifuate)’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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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낭랑한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 교회 권사님의 전화를 받는 순간, 제 마음에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아드님을 하나님 품으로 먼저 떠나보낸 후, 권사님은 깊은 슬픔 속에 모든 연락을 끊고 지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여러 차례 전화를 드리고, 메시지를 남겨도 회신이 없던 터라 걱정이 컸습니다. 그나마 동부에 사는 큰 아드님을 통해 권사님의 안부를 간접적으로 살피고 있었습니다.
한 달여 만에 연락이 된 권사님은 이제 큰 아드님이 사시는 동부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저를 집으로 초대하셨습니다. 몇몇 교우들과 함께 권사님을 심방하러 갔습니다. 몇 년 전에 받은 허리 수술로 계단 오르내리는 것조차 어려우실 텐데도 직접 장을 봐서 정성껏 음식을 차려놓고 우리를 맞아 주셨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권사님께서 준비하신 따뜻한 식사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권사님께서 우리를 붙잡았습니다. 권사님은 “더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라고 하시면서 지난 몇 년간 권사님의 삶 속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시면서 간증을 시작하셨습니다.
권사님은 몇 해 전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암세포가 퍼져서 수술이 불가능하고, 강한 진통제를 복용하더라고 고통이 심할 것이라고 하면서 기껏해야 3개월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좌절과 낙심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하루하루를 살던 중, 하나님께서는 권사님을 살려 주셨습니다. 이후 검진에서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의사들이 차트가 바뀌었다고 여길 정도로 깨끗이 회복되었습니다. 하나님이 하셨다고밖에는 다른 설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다시 허락하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던 권사님께 예기치 않았던 큰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둘째 아드님이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권사님은 간증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현석이를 끝까지 돌보다가 잘 보내주라고 저를 살리신 것 같아요.” 현석이는 권사님의 둘째 아들 이름입니다. 그는 탁월한 예술적 재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습니다. 암 수술과 몇 년째 이어진 투석으로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가벼운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들어갔다가, 결국은 퇴원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권사님은 그 아들을 끝까지 돌보다가 잘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간증을 마쳤습니다. 간증을 듣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음을 눈치챈 권사님께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체크를 한 장 들고나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현석이 이름으로 아프리카나 어려운 나라에 교회를 세우든, 병원을 짓든 주님의 일을 위해 써주세요.”
권사님의 말씀을 듣는데, 지난 2월 말에 화재로 예배당을 잃은 탄자니아의 한 교회가 떠올랐습니다. 교회로 돌아와서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에게 연락했습니다. 선교사님은 교회에 불이 난 후, 교인들과 함께 사순절 40일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떻게 역사하실지를 기대하며 불타버린 자리에 새로운 비전을 주시길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날아온 권사님의 헌금 소식을 들은 선교사님과 교인들은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있는 종잣돈이 생겨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신들의 기도에 응답하셨다는 사실에 벅찬 감사와 함께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탄자니아 옛 수도인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의 남쪽 끝, 모슬렘이 90% 이상인 가난한 마을에서 복음 전파의 전초 기지로 세워진 이 교회가 있는 선교 센터의 이름은 ‘니프아테(Nifuate)’입니다. ‘니프아테’는 스와힐리어로 ‘나를 따르라’는 뜻입니다. ‘나를 따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선교센터를 중심으로 김영선 선교사님과 교우들은 주님을 따르는 제자 만드는 사역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기리며 생명의 씨앗을 심는 일에 헌신하신 권사님의 귀한 사랑으로 불에 타버린 교회는 더 아름다운 교회가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것처럼, 불에 탄 예배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니프아테의 기적’을 기대하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죽으시고 무덤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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