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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왜 떠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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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05-14 | 조회조회수 : 3,4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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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예배 중 광고 시간에 ‘목회협조위원회’를 대표해서 최상봉 장로님께서 나오셔서 특별 광고를 하신다고 했을 때, 예배당 안이 순간 조용해졌습니다. 연합감리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오신 분들은 직감적으로 ‘혹시 목회자에 대한 파송 발표가 아닐까?’라고 생각하셨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최 장로님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걸까?’하고 궁금해하며 귀를 기울이셨을 것입니다. 


최 장로님은 감리사님이 보낸 편지를 읽으므로 담임목사인 저의 이임 소식을 전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신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놀란 가슴을 겨우 가라앉히며 예배당을 나오시는 분들의 손을 맞잡을 때, 아무 말씀도 못 하시고 그저 눈물만 글썽이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부족한 저를 사랑으로 너그럽게 품어주시고, 담임 목사로 존중해 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세월이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나누었던 추억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연합감리교단에 속한 목회자는 사역지를 순환하며 섬기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순회 사역 제도(Itinerancy system)’라고 합니다. 이 제도는 연합감리교회에 속한 모든 교회가 하나의 교회이고, 목회자들은 개체 교회가 아니라 교단에 속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연합감리교회의 목회자들은 개체 교회에 청빙 되거나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파송에 따라 보냄 받은 곳에서 사역하게 되어 있습니다. 연합감리교회의 목회자들은 목사 안수를 받을 때, ‘감독이 보내는 곳을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으로 인정하고 그곳에서 섬기겠다’고 서약합니다. 감독은 각 목회자가 가진 은사와 은혜를 교회의 사명과 비전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곳에 파송합니다. 


저 역시 연합감리교회의 목사로 부름을 받은 이후 여러 번 파송을 받았습니다. 2000년, 개척교회로 파송을 받으면서 첫 목회를 시작했고, 2007년에는 연회의 경계를 넘어 텍사스로 가라는,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파송에 순종했습니다. 2012년에는 하와이로 파송을 받았고, 2015년에 우리 교회로 파송을 받아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만 10년을 채우고 감독님의 파송을 받고 2025년 7월 1일부터 새로운 곳에서 사역하게 되었습니다. 


파송을 받을 때마다 익숙함을 떠나 낯선 환경과 마주해야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사랑과 은혜의 끈으로 연결된 성도들과 헤어져야 하고,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 만나는 교우들과 다시 처음부터 영적인 신뢰 관계를 쌓아가야 합니다. 그런 부담은 성도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목회자와 헤어지고 새 목회자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세상에 무슨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있냐?’고 따지기도 하십니다. 그동안 함께 신앙 생활하던 목사와 성도들을 갈라놓는 무자비한 제도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연합감리교회가 파송 제도를 유지하는 까닭은 개교회나 목회자 개인 중심이 아니라, 연합감리교회 전체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 때문입니다. 연합감리교단의 감독과 감리사들은 ‘개교회나 목회자 개인이 생각하는 최선은 무엇인가?’라고 묻기에 앞서 ‘우리에게, 즉 연합감리교회 전체에 최선은 무엇인가?’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기도하면서 목회자의 파송을 결정합니다. 그런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리는 책임을 맡은 사람이 감독입니다. 감독을 영어로 ‘비숍(Bishop)’이라고 부르지만, 감독의 관할권을 ‘에피스코파시(Episcopacy)’라고 합니다. 이 말은 그리스어 단어인 ‘에피스코포스(episkopos)’에서 온 말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파송으로 그동안 정들었던 목사와 성도가 헤어져야 하는 잠시의 아픔은 있겠지만, 결국 교회뿐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들 모두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하나님께 철저하게 순종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송을 통해 하나님의 신비한 은총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저는 감독님의 파송에 따라 LA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은 마치게 되지만, 여전히 같은 연합감리교회에 속한 목회자로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며, 같은 믿음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이 변화의 시기에 신실하신 하나님의 뜻이 교회와 우리 모두에게 임하게 되기를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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