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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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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05-21 | 조회조회수 : 8,5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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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합니다. 특히 미디어는 여전히 화려한 외모, 빼어난 스타일과 같은 외적인 요소를 중심에 놓고 아름다움을 말합니다. 그러나 세월의 물길을 건너며 우리는 점차 깨닫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 낸 깊은 심성, 진실한 삶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말입니다.


믿음의 사람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정제되고 빚어진 성품이며, 겉모습보다 속사람의 진실에서 드러나는 향기입니다. 그런 아름다움은 수려한 언변이나 빛나는 배경이 아니라, 정직한 말, 섬세한 배려, 공동체의 선을 향한 작은 헌신에서 조용히 스며 나옵니다.


우리는 종종 '아름다운 사람'을 멀리서 찾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 놀라운 성취를 이룬 이들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을 낳고, 감탄은 때로 상처로 돌아옵니다. 이름이 거창할수록 허상이 크고, 환상이 클수록 허물은 더 선명하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몰랐을 뿐,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이유는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면, 그 사람이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 담긴 깊이를 보지 못한 것뿐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6장에서 자신의 사역 여정 속에 함께 했던 동역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릅니다. 뵈뵈, 브리스가와 아굴라, 에배네도, 아순그리도, 블레곤, 허메, 바드로바, 허마, 빌롤로고, 네레오…. 이들은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바울의 눈에는 하나같이 아름다운 이들이었습니다. 바울은 그들의 사랑과 수고, 믿음과 헌신을 기억하며 이름을 불렀고, 그 이름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신앙의 길동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패배를 알고, 고통을 알고, 투쟁을 알고, 상실을 알고, 그 깊은 곳에서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처와 눈물, 인내와 회복의 시간을 지나며 형성되는 깊이와 결이며, 시간이 길러낸 성숙입니다. '여러 번 불 속을 지나온 사람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삶의 불가마를 통과한 사람은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달라집니다. 타인을 향한 눈길은 더 이상 판단이나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연민, 위로와 사랑입니다.


더욱이, 그 불 속을 함께 건넌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마땅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난의 시절을 함께 견딘 이들은 단순한 인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내 삶에 진정으로 다가온 사람이요, 말없이 자기 어깨를 내주고, 나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동지입니다. 그들의 존재는 설명하지 않아도 은혜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오늘이 선물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라는 불 속을 함께 지나왔고, 교단 분리라는 소용돌이를 헤쳐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깊어지고, 빛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왔습니다. 진실과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며, 무너진 자리에서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여러분의 모습은 하나님 앞에서 참으로 귀하고 찬란한 존재입니다.


시인 이기철이 지은 시 가운데 이런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그 문장처럼, 제가 LA연합감리교회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사람을 멀리서 찾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지금, 제 곁에 있는 이들의 눈빛에서, 말없이 내민 손길에서, 조용히 함께 걷는 발걸음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주름 속에, 침묵으로 드리는 기도의 뒷모습 속에, 실망 중에도 꺾이지 않는 믿음 속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빚어진 아름다운 모습을 봅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라는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모든 인연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며, 그 속에 깃든 은혜에 대한 응답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고백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아름답게 빚어가고 계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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