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이민 단속과 “지붕 위의 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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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시위가 시작되고 한 주일이 지났습니다. 동네 운동장에 가는 길에 이민세관단속국(ICE: Immigration & Customs Enforcement)에 대한 욕설을 적은 팻말을 든 일인 시위자가 동네 사거리에 있었습니다.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LA 중심가의 연방 건물을 둘러싸고 차량을 불태웠는데, 그 불씨가 여기까지 튄 것 같습니다. 시위 중에 멕시코 국기를 들고 시위하는 것은 좀 의아합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나 텍사스를 자신의 나라로 생각하는가 봅니다.
이곳 한인교회와 커뮤니티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제게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활동은 솔직히 그리 친근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교회와 사회에 적지 않은 수의 서류 미비자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에 정착하려고 한국 혹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가, 법적 자격이 없는 채로 살아온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많은 사람이 서류 미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자녀와 가족을 양육시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미국이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는 배려를 해왔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의 활동도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요즈음 문제가 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경에서의 불법입국자나 중범죄자 입국 차단, 그리고 중국발 펜타놀의 반입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바이든 정권 4년 동안 800만 혹은 1,200만의 불법입국자가 들어왔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이들을 막지 않는 것은 합법적인 체류 허가를 받는 노력에 비해서 볼 때 정의롭지도 형평성에 부합되는 것도 아닙니다. 국경은 지켜져야 하며, 세금을 통해 만들어진 재정을 불법입국자를 위해 투입한다는 것도 잘못입니다. 국가는 미국을 위하여 공헌한 힘든 노동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소정의 절차를 잘 유지하여야 합니다.
LA의 “홈 디포”(Home Depot)와 “앰비언스 의류상”(Ambiance Apparel)에 대한 ICE의 예고없는 단속이 정치 문제화되는 것이나 시위의 빌미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불경기를 힘들게 살아가는 시민과 한인의 생업에 누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점심에 찾아간 한인 식당은 자제하는 시민들 때문인지, 평소보다 많이 썰렁 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시위가 잦아들고 한인들과 그들의 삶의 터전이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붕 위의 한인”(Rooftop Korean)으로 유명한 사진이나 이야기는 그때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인들을 조금이나마 돌보아야 했던 저로서는 눈물겨운 상처의 기억입니다. 지금도 교회에서 만나는 성도님의 소형 마켓을 지키기 위하여 찾아갔던 1992년 4월의 어느 날 밤, 마켓 선반에서 쏟아진 물건을 밟으며 밤을 새웠던 기억은 성실한 이민자에 대한 모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붕 위의 한인”은 한흑갈등으로 오해되어 생업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가슴 아픈 추억입니다.
그때 공권력이 적절하게 투입되지 않아서 당한 한인타운의 비극을 떠올리면, 대통령이나 주지사나 시장이나 누구든지 적절한 공권력의 투입을 비난할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천사의 도시 LA에서 이민세관단속국의 역할이 천사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공권력의 집행 중에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를 외면하지 않는 정의로운 관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터무니없이 걸려드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92년처럼 한인타운이 희생양이 될 소지가 없다면 좋겠습니다. 내일 토요일에도 패사디나, 애너하임, 코로나, 말리부, 벤튜라 등 10여 개의 인근 도시에서 집회가 있다고 합니다. 화해와 평안의 구름 기둥이 한인타운과 도시를 덮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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