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목사의 목양칼럼] 목사님! 이 설교 지난 주일에 하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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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년 전으로 기억이 됩니다. 어느 해 주일 낮 예배 시간에 기도 순서를 맡으신 장로님이 대표 기도를 하실 때 누군가가 강단 위에 앉은 저에게 소리 없이 다가와 쪽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전에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인가 싶어 쪽지를 전해 주신 분이 누군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강단 아래 오른편 4~5m 거리에 있는 성가대석에 앉으신 성가대원이신 여성 집사님이셨습니다. 대표 기도를 맡으신 장로님이 기도를 마치자마자 쪽지를 펴 보았습니다. 쪽지의 내용은 “목사님! 이 설교 지난 주일에 하신 겁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본문 같은 제목으로 한 달간 반복해서 4번의 설교를 했습니다.
누가복음 14장 25절부터 35절의 말씀으로 주님이 제자들에게 사명감을 주시고자 선포하셨던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라고 3번이나 반복해서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교인 대부분은 설교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K 여집사님은 지난 주일에 설교한 본문과 제목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K 집사님이 목사에게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예배에 대한 열정이 없는 분이라면 그런 행동을 하시지 않습니다. 교회를 누구보다 크게 사랑하시던 몇 안 되는 교회 창립 교인 중 한 분이셨습니다. 그러시기에 담임목사인 저의 실수로 교회가 상처를 당할 것을 심각하게 걱정하신 겁니다.
설교하는 목사가 기도와 준비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지난 주일 설교한 것을 들고 다시 강단에 섰다면 그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입니다. 그러한 K 집사님의 진실한 마음을 알기에 설교에 들어가기 전 눈인사로 알려줘서 고맙다는 신호를 드리며 나도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라는 뜻의 미소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원고에도 없는 내용으로 설교를 시작하기 전 왜 같은 본문과 제목으로 두 번째 설교하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고 앞으로도 두 번 더 같은 본문과 제목으로 설교를 하겠다고 선포하고 설교에 들어갔습니다. 42년 동안 한교회만을 섬겨오면서 같은 본문 같은 제목으로 연속해서 4번 설교하기는 그것이 처음이고 마지막이었습니다.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축복인 것은 말씀을 전할 때마다 주의 성령의 도우심을 받기 때문입니다. 설교는 인간의 지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입니다. 설교자에게 끊임없이 반복해서 영감을 주시고 그 주시는 은혜로 설교를 준비할 때 주님이 함께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종을 선하게 인도하시어 목사가 되기 3개월 전 팜데일 사막 기도원에 올라가서 오랫동안 반복해서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이후로는 세상일 하지 않고 오직 교회만을 섬기며 살게 해주시길 기도한 대로 축복하셔서 지난 45년의 삶을 복되게 하신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2025년 7월 21일
이상기목사(평강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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