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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새 직장에서 실력보다 더 요구되는 것은 함께 일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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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8-05 | 조회조회수 : 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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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새로운 호스피스 기관인 액센트케어(AccentCare Hospice)에 입사했습니다. 호스피스 사역으로는 이번이 두 번째 기관입니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오면 누구나 다시 출발선에 섭니다.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철저한 온보딩(Onboarding)을 거치며, 일정 기간 자신의 역량과 팀워크를 다각도로 검증받습니다. 보통 30일, 60일, 90일 단위로 평가과정을 거치는데, 개인적 역량으로 환자를 잘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얼마나 협력하는지, 조직의 가치와 문화에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저는 입사 6주 만에 하나의 작은 이정표를 통과했습니다. 바로 원목 역량 평가(Competency Evaluation)입니다. 입사 후 4주간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고, 그다음 2주간 원목 동료들, 간호사, 사회복지사, 전문간호보조사 등을 섀도잉(Shadowing)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관문으로, 최고참 원목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를 방문하여 영적 돌봄(Spiritual Care)을 실제로 어떻게 제공하는지 평가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원목으로서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의료기관 스태프들을 대하는 모든 영역에서 '매우 우수' 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음 주부터는 제 담당 환자들을 배정받아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병원 원목 9년, 호스피스 원목 3년의 임상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 원목 자격증인 BCC(Board Certified Chaplain)라는 전문 크레덴셜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력과 자격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직장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것을 당연하게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90일간은 말 그대로 평가 기간입니다. 물론 채용된 직원이 이 기간에 해고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핵심은 단순히 '혼자 잘하는 사람' 이 아니라 '함께 잘하는 사람' 인지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전문성은 기본이며, 그 위에 팀워크와 신뢰가 굳건히 세워져야 합니다.


새 직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기관을 거쳤지만, 회사의 역사와 철학, 미션과 비전, 환자 중심의 돌봄 가치부터 실제 임상 적용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세심하고 단계적으로 준비시켜 주는 온보딩은 처음 경험했습니다. 


액센트케어(AccentCare)는 미국 여러 주에서 호스피스와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모 있는 기관입니다. 특히 환자 중심의 케어와 다학제 팀 접근(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체 운영하는 입원실(Inpatient Unit)을 통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직이 단단하다는 것은 결국 환자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탄탄한 온보딩 과정을 거치며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기초가 튼튼한 집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좋은 조직은 사람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보다 먼저 다듬고 준비시킵니다. 회사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하고, 함께 일할 동료들을 다방면으로 만나게 하며, 충분히 익숙해질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시간이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그 과정이 향후 수많은 환자의 삶을 더 안전하게 지켜주는 토대가 됩니다. 


지난 6주를 보내며 느껴진 것은,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은 비단 연봉만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 환자를 진심으로 중심에 두는 철학, 그리고 깊은 신뢰로 묶인 팀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토양 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축복입니다.


역량 평가를 통과하면서 제 마음속에는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안도감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는 거룩한 부담감이 더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환자들은 제 이력서를 읽지 않습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제가 오늘 자신들의 이야기에 얼마나 진심으로 귀 기울였는지, 얼마나 따뜻하게 곁을 지켜주었는지일 것입니다. 결국 원목의 자격증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오늘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의 여정에 신실하게 동행하는가'라는 질문일 것입니다.


새 직장 사역지에서 다시 처음 시작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경력은 지난 시간을 증명할 뿐이지만, 믿음과 신뢰는 오늘의 만남 속에서 새로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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