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 목회서신] 침묵을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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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배우는 것도 지혜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주 설교해야 하는 제게 침묵은 늘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러나 침묵은 삶의 기술이며 대화의 예술입니다. 음악의 쉼표가 선율을 아름답게 하듯, 침묵은 말에 깊이와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말을 많이 한 뒤에는 스스로 공허해지고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말해야 할 때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진실을 밝히고 약자를 보호하며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 있게 말해야 합니다.
지혜는 무조건 침묵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할지를 분별하는 데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고 권면합니다(약 1:19). 이 말씀 속에는 경청과 침묵과 감정 절제의 지혜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침묵도 배워야 합니다. 침묵의 중요성과 유익을 깨닫고, 침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첫째, 침묵은 혀를 다스리는 지혜입니다.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혀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입의 혀뿐 아니라 마음의 혀도 다스릴 줄 압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말할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소리를 지를 때도 있습니다. 환경과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훈련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혀를 다스리는 사람은 마음을 다스릴 줄 압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잠 16:32).
둘째, 침묵은 경청하는 지혜입니다. 사람은 말하는 동안 들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한다면,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진정한 경청은 자신의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을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침묵을 배우는 것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자기 말을 경청해 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하는 말을 경청할 때 자녀는 자신이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한 것은 듣는 마음입니다. 들어야 깨닫습니다. 들어야 분별합니다. 들어야 눈이 열립니다. 저는 들음을 얻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때 하나님의 마음을 얻습니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경청은 겸손입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듣고 배웁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만한 사람은 듣지 않지만 겸손한 사람은 듣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듣고, 배우고, 순종합니다.
셋째, 침묵은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입니다. 관계를 흔드는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분노입니다. 분노는 어떤 자극에 너무 빨리 반응할 때 더욱 커집니다. 분노의 뿌리에는 좌절된 기대가 자리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르게 일이 전개될 때 우리는 쉽게 화를 냅니다. 물론 모든 분노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분노도 있습니다. 문제는 분노가 우리를 지배하고, 상처를 주는 말로 흘러갈 때입니다.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는 기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침묵은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침묵할 때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하나님 앞에서 추스를 수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내뱉는 말은 가시처럼 상대방을 찌릅니다. 화는 불과 같습니다. 그때 상처 주는 말을 더하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침묵은 그 불에 기름을 붓는 일을 멈추게 합니다. 잠시 멈추면 성숙한 이성이 깨어납니다. 상대방의 말과 감정과 상황을 헤아리며 지혜롭게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상처 주는 말이 아니라 가치 있는 말을 하게 됩니다. 피타고라스는 “말을 하려거든 침묵보다 더 가치 있는 말을 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넷째, 침묵은 고요를 가꾸는 지혜입니다. 침묵하며 기다리면 마음에 고요가 깃듭니다. 마음에 고요가 깃들면 신비로운 힘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침묵할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하나님은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이 지나간 뒤, 세미한 소리 가운데 엘리야를 만나 주셨습니다. 세상의 소리가 잦아들 때 하나님의 음성이 더욱 선명하게 들립니다. 함께 말로 대화할 뿐 아니라 침묵을 통해 교제할 수 있는 친구는 좋은 친구입니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친구는 하늘이 주신 선물입니다.
침묵을 배우는 것은 평생의 일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만 말의 양보다 말의 무게를 생각해야 합니다. 침묵은 말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말을 무르익게 하는 기다림입니다. 사랑에서 나온 침묵은 경청이 되고, 기도가 되고, 위로가 됩니다. 우리의 말이 때에 맞는 은혜로운 말로 익어 가기를 바랍니다(잠 25:11; 골 4:6). 그 지혜가 바로 침묵의 지혜입니다.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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