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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죽어가는 환자를 위한 치유의 기도가 조심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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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3-10 | 조회조회수 :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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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62세의 한 백인 남성이 저의 기도 이후 의식을 회복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여행 중 심장마비를 겪었고, 30분 이상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한 채 월요일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깊은 코마 상태였습니다.


처음 병실에 들어갔을 때, 아내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고, 남동생 부부는 복도에서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을 붙들고 위로한 뒤 함께 기도하자고 권했습니다. 의사들은 이미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 상황이었지만, 가족들은 하나님의 치유의 기적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 깊은 곳에 강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성령의 치유하심을 구하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도 찾아가 같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수요일까지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담당 간호사는 이제 아내의 결정 - compassionate weaning, 즉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선택-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병실에 들어서자 아내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남편이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손을 꽉 잡았다는 것입니다. 간호사에게 확인하니, 지시를 이해하고 반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분명 코마에서 깨어났습니다. 할렐루야.


죽음을 앞두었던 환자가 이렇게 의식을 회복하면, 원목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곤혹스럽습니다. 아내는 기뻐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미 어렵게 남편을 보내기로 마음을 정리했는데,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을 것입니다.


30분 이상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던 환자의 예후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언어 및 인지 기능의 심각한 손상, 신체적 장애 가능성도 큽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거구의 남편을 연약한 몸으로 돌보아야 할 책임은 오롯이 아내의 몫입니다.


그녀는 하나님을 찬양했지만, 제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원목은 기적을 구하는 기도를 하지만, 항상 환영받는 결과를 맞는 것은 아닙니다. 드물지 않게 의식이 회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료진도 그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어떤 의사들은 “이제 마지막 수단”이라며 채플린을 불러 기도를 받게 하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적은 때로 가족과 간호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예전에 가까웠던 한 간호사가 저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Chaplain Don, 왜 그렇게 다 돌아가실 분을 기도로 붙잡아 두세요? 그제 가셨어야 할 분을 이틀이나 더 계시게 해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치유의 기적을 위해 기도할 때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가족이 간절히 요청하면 함께 하나님께 아뢰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때로는 “주님의 뜻이라면 속히 데려가 주소서”라는 기도가 더 솔직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평안을 얻습니다.


진정한 기적은 무엇일까요? 죽어가던 사람이 잠시 더 살아나는 것이 기적일까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한 세월을 충분히 살고, 이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기적일까요?


우리가 저 너머의 세상을 소망으로 바라본다면, 이 땅의 시간을 잠시 연장하는 일이 반드시 가장 큰 축복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연연하지 않으며 떠날 준비가 된 환자와 가족들의 마지막 침상은 - 특별한 기적이 없어도 -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이별의 자리가 되곤 합니다.


잠시의 회복보다, 아름다운 죽음을.

지상의 연장보다, 천성문을 향한 평안한 걸음을.


그런 기적을 허락해 주소서.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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