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예레미야, 패권전쟁 시대에 망국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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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서는 성경에서 가장 긴 책입니다. ‘예레미야’라는 이름은 “하나님께서 내던지시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두려운 심판을 암시합니다. 하나님은 선지자를 부르며, ‘결혼하지 말라’ 하십니다. 이는 그가 어려운 사역, 즉 유대왕국의 멸망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눈물의 선지자’라는 별명과 달리, 감성적이기보다는 좀 더 의지적이었습니다. 예루살렘 접근이 불허된 그는 동역자 바룩을 세워 계시를 예루살렘에 성공적으로 전합니다. 그 책이 왕궁에 알려지자 여호야김 왕이 그 말씀의 낭독을 들으며, 두루마리 책을 칼로 베어 화로에 태웁니다. 예레미야는 말씀을 다시 적어, 지금 우리가 읽는 책으로 남깁니다. 그는 40년의 사역을 마치며 왕국이 멸망하는 것을 보고, ‘예레미야 애가’(Lamentation)를 남깁니다.
예레미야는 국가의 마지막 순간에도 투옥과 시위대 연금을 반복하면서, 마지막 왕 시드기야의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압도적인 중근동의 패권국으로 등장한 느브갓네살 왕이 이끄는 바벨론의 권세 앞에서, 중근동의 나라들이 항복과 멸망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위중한 상황에서, 여호야김, 여호야긴, 시드기야와 같은 마지막 유대 왕이 멸망을 자초하는 외교적 실책을 저지르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유대왕국이 멸망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이유 중의 하나는 왕과 정책결정자들이 국제 패권전쟁에서 일어난 변화를 읽지 못한 것입니다. 바벨론이라는 신흥 강국의 부상으로 앗시리아의 수도 니느웨가 멸망(BC. 612)하고, 갈그미스 전투(The Battle of Carchemish)에서 앗시리아ㆍ이집트가 패퇴함(BC. 605)을 보고도, 친이집트 정책을 구사한 것입니다. 패권전쟁 중의 외교는 나라의 존망을 결정하는 것인데, 유대 정책결정자들은 망국의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유대에는 국제관계를 읽어줄 지성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이미 이사야나 예레미야 같은 선지자가 있었습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마이클 왈저(Michael Walzer)에 의하면, 선지자는 당시의 “사회비평가”입니다. 그들은 영적, 사회적 기상도에 대한 하나님의 의도를 꿰뚫고 있었고, 그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완악한 정치 지도자들은 그러나 순종하지 않습니다.
시드기야 왕이 예레미야에게 하나님의 뜻을 물었을 때, 선지자는 바벨론 군대가 “와서 예루살렘을 쳐서 빼앗고 불사르리라”(렘 37:8, 10) 예언합니다. 바벨론에 “항복해야 살 수 있다”는 그의 예언에, 왕은 ‘항복한 왕’이라는 조롱을 두려워하며 저항하려 합니다. 반바벨론 이념으로 세뇌된 고관들은 불신앙의 카르텔이 되어 거꾸로 의로운 예레미야를 죽이려 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유대 나라가 건국 정신인 ‘공의와 사랑’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입니다. 율법에 기반한 왕국은 공의와 자비, 정의와 긍휼의 나라로 건국되었습니다. 그러나 유다에서 하나님의 공의(츠다카)는 부르짖음(츠아카)이 되었고, 정의(미슈파트)는 포학(미슈파흐)이 되었습니다(사 5:7). 히브리인 노예는 율법을 따라 안식년과 희년에 해방되는데, 백성은 자비의 율법을 버렸습니다. 시드기야 시대 잠시 고관들이 자유와 해방의 법을 따라 노예를 풀어주었다가, 그들을 데려다 다시 노비를 삼습니다(렘 34:8-12). 예레미야는 전합니다: “그 넓은 [예루살렘] 거리에서 너희가 만일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렘 5:1). 신법(神法)을 저버린 나라는 더 이상 신국(神國)이 아닙니다.
이 고난의 시대에 예레미야는 왕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예언합니다. “내가 왕을 권한다 할지라도 왕이 듣지 아니하시리이다”(렘 38:15) 이것이 선지자 예레미야의 “예언자적 비관주의”(prophetic pessimism)입니다. 그러나 그는 “바벨론에서 70년이 차면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는 말씀을 전합니다. 이것은 “예언자적 낙관주의”(prophetic optimism)입니다. 선지자는 미래를 위해 슬픔을 넘어 새 소망의 마중물을 붓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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