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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내 목소리를 들어줘"... 중환자들을 위한 영적 유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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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3-11 | 조회조회수 : 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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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해 전, 제가 참여했던 리서치 채플린 모임에서 한 연구가 소개되었습니다. 제목은 “Hear My Voice: A Chaplain-Led Spiritual Legacy Pilot Study for Patients with Advanced Diseases”였습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내 목소리를 들어줘: 중증 질환 환자를 위한 원목 주도 영적 유산 연구”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연구는 Mayo Clinic에서 진행된 파일럿 스터디였습니다. 핵심은 말기 또는 진행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원목들이 인터뷰하고, 그들의 신앙, 가치, 관계, 용서와 희망을 정리하여 영적 유산 문서(Spiritual Legacy Document)라는 문서로 남겨 주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 이 작업이 중환자와 임종을 앞둔 환자 및 가족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저는 자주 이런 말을 듣습니다.


“목사님,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실래요?”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려 합니다. 관계를 돌아보고, 미안함을 풀고,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삶이 의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영적 유산(Spiritual Legacy) 은 바로 그 지점에서 탄생합니다. 원목은 단지 들어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목소리를 하나의 문서로 엮어 남겨 주는 서기관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 영적 유산의 문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응축된 고백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개인의 작은 시편과도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서사로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SNS에 글을 올리고, 블로그를 통해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흔적을 남깁니다. 수만 년 전 고대 인류가 동굴 벽에 손바닥 자국을 남기고, 그림과 기호를 새겼던 이유도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여기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나는 이렇게 사랑했고, 이렇게 살았다.”


그 본능은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습니다. 특히 인간은 죽음 앞에서 어떤 표시, 어떤 목소리를 남기고 싶어 합니다. 의미 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깊은 열망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무엇인가?"

"아직도 못다 한 일은 무엇인가?"

"내 삶은 과연 의미가 있었는가?"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한 분들의 얼굴에는 묘한 평안이 흐릅니다.


“나는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모든 사람에게, 특히 가족에게 고맙다.”

“하나님께서 끝까지 나를 붙드셨다.”


이 고백들이 바로 우리가 이 땅에 남기는 영적 자산입니다. 죽음은 몸을 멈추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소리까지 사라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문장으로 남겨질 때, 그것은 가족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다음 세대의 이야기 속에서 오래도록 울리게 됩니다.


“내 목소리를 들어줘” (Hear My Voice!)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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