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는 세상,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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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목사(하늘결교회)
지난 수요일 오전, 제가 시계만큼 자주 보는 미세먼지 어플에는 0에 가까운 미세먼지 농도가 기록되었습니다. 커다란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우리 동네에는 파란하늘이 펼쳐졌고 그 위에는 무지개가 떴습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이고 태풍으로 인해 피해 입은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하늘은 너무나 파랬고 무지개는 아름다웠습니다. 교회 앞마당에 멍하니 서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노래 한 자락이 흥얼거려집니다.
What a wonderful world!/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이 밝고 아름다운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불현듯 눈물이 글썽입니다. ‘What a wonderful world!’뒤에 ‘it was’를 붙여야만 한다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늘이 너무나도 파랬기 때문입니다. 바다와 같이 파란 하늘을 보니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의 한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도 푸릅니다./人間がこんなに哀しいのに,主よ,海があまりに碧いのです.”
당연한 노래처럼 부를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가사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심오합니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 속에 어느새 적응해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피어났던 모든 화초목들을 흑백의 마음으로 바라봐왔음을, 축복 받은 밝은 낮과 신성한 밤을 묵상할 만한 영적 품이 메말라 있었음을, 우연히 지나치는 낯선 사람의 얼굴에서도 무지개를 볼 때가 있었건만 서로를 불신하며 잔뜩 찌푸린 그것마저 마스크로 가리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사는 우리의 얼굴들을, 그리고 악수를 하며 "How do you do?" 라고 인사하지만 속으로는 "I love you"라고 말하던 순수한 사람들이 간간이 있었건만 이제는 무덤덤한 악수를 해 본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음을 깨닫습니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푸른 나무가 보여요, 붉은 장미도요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당신과 나를 위해 피어나는 게 보여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때 난 생각하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여요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밝고 축복받은 낮과 어둡고 신성한 밤도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때 난 생각하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The colours of the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하늘의 아름다운 무지개 색들이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떴네요
I see friends shakin' hands, sayin' "How do you do?"
친구들이 악수하며 서로 물어요, "잘 지내?"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그런데 그들이 진짜로 말하고 있는 건 "사랑해"랍니다
I hear babies cryin', I watch them grow
아가들 우는 소리도 들려요, 그들이 자라는 걸 지켜봅니다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내가 아는 모든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우겠죠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때 난 생각하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래요, 난 맘속으로 생각해요,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얼마 전 아파트 게시판에서 층간 소음과 더불어 아기 울음소리를 조심해달라는 관리사무소의 날선 경고문을 보았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된 것일까요?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메말라 있습니다. 마지막 절을 보십시오. 이 노래의 시인은 아기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미소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목 놓아 외치고 있습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답답해하고 배척하고 증오하며 싸워 이기려는 악다구니만 남아 자신의 영혼이 파괴 되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글과 동영상을 여기저기 퍼 나르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이 노래의 시인을 보십시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그들이 자신보다 더 지혜로워질 것을 믿으며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 속에서 다시 들으니, 이 노래가 더 이상 낭만적인 노래가 아니라 자신에게는 정당하고 당연해 보이는 생각들이 혹시 상처입고 망가져 버린 우리의 영혼에서 나오는 신음 소리가 아닌지 가만히 멈춰서 생각해보라고 부드럽고 간곡하게 달래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이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를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로 듣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하와이 출신 가수 이스라엘 커머커비보올레(Israel Kamakawiwoʻole, 1959~1997)의 노래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브라다 이즈(Bruddah Iz, Brother Iz)’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하와이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하와이의 독립운동가 이기도 했습니다. 2016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주인공이 바로 이즈를 모델로 했습니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는 그의 삶 마지막 언저리에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담은 공식 영상을 보면 마지막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바다 위에 모여서 환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하와이의 전통 축제인줄로만 알았던 그 장면이 그의 장례식이었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슬픔과 비장함과 곡소리가 가득했어야 할 장례식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안에 가득한 답답함과 화와 분노가 어쩔 수 없고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사라진 일상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 날이 오면 기필코 이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짧고 강했던 태풍이 지나가고 파란 하늘이 열렸듯이 소리 없이 지난한 태풍과도 같은 코로나도 언젠가 완전히 물러나서 하늘처럼 파랗고, 바다처럼 넓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마음이 우리 안에 열리게 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지개를 볼 날이 올 것입니다. 사람들과 악수하며 늘 있는 일처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겠지만 남몰래 씨익 웃으며 마음에 품는 뜻은 ‘사랑합니다!’가 될 것입니다.
우리, 그날에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입니다. 너무 큰 기대일까요? 조금 더 양보하겠습니다. 종교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정치색도 다르지만, 이 세상에서 이 노래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한이 많고 상처가 많은 민족인 만큼, 하와이 사람들처럼 해맑은 얼굴로 이 노래를 부를 수도 없을 것 같고, 지금까지 싸운 정이 있어서 하루아침에 손잡고 함께 부를 수도 없겠지만, 더할 나위 없는 한 세상, What a wonderful world를 꿈꾸며 이 노래를 저마다 사랑하고 많이 듣고 많이 부르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눈과,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마음이 문제이고 이 칼럼을 쓰는 동안 제 안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이 노래가 우리 안에 있는 응어리와 불순물을 녹여 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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