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세상읽기] 공포를 넘어 공존으로 – AI가 여는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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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뉴스를 보면 우선 불안감이 주를 이룬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에 이어,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까지. 특히 러-우 전쟁이나 미-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 등 현대전에서 AI가 무기로 사용되는 현상을 보며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AI가 인류의 오랜 숙원을 풀고 미래를 밝히는 경이로운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 그리고 워싱턴대학교의 데이비드 베이커는 AI 모델 "알파폴드"를 통해 생물학계의 50년 묵은 난제를 풀었다.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과거에는 단백질 구조 하나를 밝히는 데 수년의 시간과 수억 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과학자가 AI를 통해 단 몇 분 만에 무료로 데이터를 얻게 됐다. 특히 최신 버전인 알파폴드 3는 단백질이 DNA, RNA, 약물 분자 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까지 예측한다. 암 치료제 개발이나 항생제 내성 극복, 플라스틱 분해 효소 연구 등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난제를 푸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AI가 인간과 자연을 잇는 소통의 다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에는 혹등고래와 인간이 20분간 "대화"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과학자들이 보낸 신호음에 고래가 반응한 것이다. 최근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CETI 프로젝트"다. AI를 활용해 향유고래의 언어를 직접 해독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향유고래는 모스 부호처럼 "딱딱" 거리는 클릭음인 "코다"를 사용해 소통한다. 알파벳처럼 코다를 조합할 뿐만 아니라 억양을 달리하고 지역마다 다른 방언도 구사한다고 한다. 감정 표현 여부는 아직 연구 단계이지만, 인간의 귀로는 구분하기 힘든 이 방대한 음향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연구진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적용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를 학습한 AI가 이제는 고래의 언어 규칙을 찾아내어 그들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거창한 과학적 성과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AI의 순기능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고 따뜻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제미나이"를 활용해 차근차근 무언가를 배우는 "가이드 러닝(guided learning)"을 즐겨 사용한다. 예전에는 컴퓨터나 앱을 사용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봐야 했다. 바쁜 자녀에게 사소한 문제로 연락하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대신해 어떤 질문이든 친절하고 상세하게 가르쳐 준다. 마치 곁에 효도하는 자식을 하나 더 둔 것 같다.
물론 이런 경험이 모든 이에게 쉽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차이로 인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 그렇기에 시니어 세대일수록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작은 것 하나부터 직접 써보는 시도가 더욱 소중하다. 쓰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나 사회적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AI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경이로운 가능성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되, 냉정한 시선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다가오는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재호(유튜브 ‘sbnr club’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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