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구 목사의 "기도 중의 기도" > 칼럼 | KCMUSA

송병구 목사의 "기도 중의 기도"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칼럼

홈 > 목회 > 칼럼

송병구 목사의 "기도 중의 기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0-09-18 | 조회조회수 : 6,378회

본문

지난 주 내내 색동교회 10주년 기도문집을 엮는 중입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지체되면서, 그동안 작업도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다 가을바람이 불자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서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신약성경 공동체 필사와 함께 늦어도 추수감사주일에는 봉헌을 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편집을 위해 여러 차례 원고를 들여다봤더니 이젠 기도자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기도문에는 기도자의 목소리까지 입력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기도문만 읽어도 누구의 말투인지, 어법인지, 그 형용의 다양함을 짐작할 듯합니다. 이젠 언제인가 싶을 만큼 가물거리지만 회중기도 후 함께 했던 주기도문 합창소리도 쟁쟁합니다.

평소 기도문 쓰기에 고심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분의 경우 몇 날을 고심하며 작성했을 기도문을 단 몇 분 만에 1회용으로 사용하고 끝내기에는 값비싼 낭비일 것입니다. 그래서 진심이 담긴 기도문집은 서로에게 신앙의 배움이고, 공동체의 고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주년을 맞아 지난 ‘대림절부터 창조절까지’ 59명이 고백한 1년 치 회중기도문을 묶는 이유입니다. 모름지기 신학은 구체적인 믿음의 언어, 삶의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드리는 회중기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종종 자랑하는 명품기도로 35년 전 임충실 권사님의 기도를 손꼽습니다. 그는 1985년 봄, 문수산성교회 개척 후 그해 겨울부터 교회에 다녔습니다. 이미 마을에서 새마을 지도자를 지내고, 이장 후보감으로 인정받았기에, 난생 처음 교회에 입문해서도 곧 중요한 일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마침내 주일저녁에 처음으로 기도순서를 맡았습니다. 당시 40대 중반인 그는 낮은 목소리로 어렵게 어렵게 기도의 흐름을 이어가더니 마지막으로 “하나님 아버지 저는 참으로 부족합니다.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라며 끝을 맺었습니다.

나는 강대상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던 중에 그만 “쿡!”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지도편달’(指導鞭撻)을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처음 기도하는 분에게 무안을 준 셈입니다. ‘지도편달’이란 표현은 시골면장이나 군수가 겸양을 가장하듯 던지는 상투적인 관용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간절히 하나님의 진도편달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임충실 권사님은 계속 자기 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 솔직함은 임충실표 기도의 장점이었습니다. 큰 수해로 포내들판이 물에 잠기든지, 48번 국도에서 동네사람이 자동차에 치여 병원에 입원했든지, 허구한 날 대학생들이 데모를 하든지, 동네 땅값이 투기꾼에 의해 갑자기 오른다든지 그 모든 사연을 세세히 하나님께 아뢰었습니다. 아마 위로부터 ‘지도편달’을 받은 덕분일 것입니다.

임 권사님은 자신의 기도 속에서 세계를 부둥켜안았습니다. 그는 마치 주기도문을 일상에 적용하는 농부신학자의 솜씨로 현실의 일용할 아픔을 낱낱이 하나님께 고해 바쳤습니다. 나는 그 분에게 ‘하나님 나라의 앵커맨’이란 별명을 붙여 드렸습니다.

또 한 분은 독일 복흠한인교회 김미순 권사님입니다. 1994년 독일에 막 도착해 변덕스런 날씨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는 내게 회중기도를 드리는 김 권사님의 기도는 아주 낯설게 들렸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씨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맨 앞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던 나는 갸우뚱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안 좋은데, 권사님의 기도가 무척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계속하여 이어진 기도에서 그는 “오늘도 나쁜 날씨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기도는 내게 유리한 것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궂은 날이든, 맑은 날이든 일용할 날씨는 독일에 사는 한인디아스포라에게 일상의 평화를 지켜준 삶의 자리였습니다. 헬무트 틸리케의 말처럼 우리의 기도는 이처럼 삶을 부둥켜안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색동교회 10주년 기도문집에도 내 가슴을 흔드는 기도로 가득합니다. 세상에 기도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때론 한숨이 기도이고, 설레이는 마음도 기도이며, 세상의 근심과 소소한 삶의 염려도 기도입니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기도와 함께 때론 말없는 말인 침묵을 기록하려는 심정으로 드디어 편집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기도를 주시옵고.” 당당뉴스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