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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의 쓰나미가 몰려올 때 나는 무엇을 붙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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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09-25 | 조회조회수 : 4,0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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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직한의 정품교회론] 정신적·정서적 약자 돌보는 '건강한 교회' 생각하다


[고직한 선교사가 <뉴스앤조이>에서 '고직한의 정품교회론'을 연재합니다. '정품교회'는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품는 교회'라는 뜻입니다. 글은 격주 간격으로 게재합니다.] 

이유1) 사이코를 사이코패스처럼 공포스럽게 생각하고 혐오해 낙인찍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과 관련한 몹시 아픈 이야기다. 둘째는 4년 전까지 13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매년 1~2번씩 입·퇴원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근래에는 위급해서 한밤중에 내가 응급실로 데려간 적은 있어도 4년간 입원한 적은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7~8년 전의 일이다. 둘째 아들이 극심한 정신적·정서적 고통을 겪으며 부엌에서 식칼을 갖고 와 부들부들 떨며 나를 협박한 적이 있었다. 이 아이는 조증이 심할 때 종교망상을 겪는다. 자신을 성령이나 예수로 착각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는 기독교인은 귀신이 들렸다고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 나 같은 경우, 오판하지는 않았으나 아들에게 조롱조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네가 성자 예수면, 아빠는 성부 하나님이네? 이게 말이 되니?"

나는 머리로만, 교리적으로만 이야기했지 종교망상 때문에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둘째 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 주지 못한 것이다. 경조증이 일어나거나 조증 초기에는 조금 냉철하게 이야기해도, 이렇게 극단적 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식칼을 보고서야 내가 크게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조롱하듯 말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나아가 눈물로 아들의 고통을 끌어안으며 뜨겁게 포옹했다. 오랜 긴장 가운데 차가워진 아들의 얼굴에 내 얼굴을 마구 비비고 용서를 구하면서, 사랑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아들은 식칼을 제자리에 놓고 자의로 입원할 테니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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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정신 질환자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 사건이 매스컴을 탄다. 문제는 선정적 보도 행태로 수많은 당사자나 그 가족이 혐오와 저주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정신 질환자 안인득 씨가 4층 자기 집에 불을 지른 후, 화재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정신 질환은 일반화되어, 다시 한번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에게 사이코패스처럼 여겨지게 된다. 기사를 통해 안인득 씨가 저지른 끔찍한 폭행을 보며 무척 괴로웠다. 치료와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정신 질환자의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정신 질환자 운동 단체나 여러 NGO가 힘을 합쳐 제2의 안인득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 전문가와 함께 2019년 국회에 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 관련 논의는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진척되지 못했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폐기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신 질환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팠다. 안인득 사건과 같은,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되풀이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예감도 느꼈다.

정신 질환이 사이코패스처럼 취급되는 사회현상이 억울한 정신 질환자 가족들은, 정신 질환에 의한 폭력과 범죄가 일반인의 범죄와 비교할 때 매우 적다는 통계를 언급하면서 항거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강력 범죄와 관련한 보건복지부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숫자는 68.2명이었으나 정신 질환자 중에서는 10만 명당 범죄자 숫자는 33.7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 하비어 아마도르의 <난 멀쩡해 도움 따윈 필요 없어!>(한국심리치료연구소)는 병식이 없는 질병 불감증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정신 질환자가 폭력을 내려놓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정신증적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일반인보다 폭력적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연구 결과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항정신병 약물 효능 실험'(CATIE) 결과에 따르면, 망상이나 환각처럼 현실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증상은 심각한 폭력성을 3배 가까이 증가시킬 수 있다. 환각이나 망상이 악화하면 폭력 잠재성은 극적으로 증가한다. CATIE 연구는 환자가 느낄 때 자기 말에 경청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폭력율이 낮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절반에 불과했다.

저자는 "조현병 환자가 더 폭력적인가요?"라는 물음에 "아니오. 치료를 받아 증상이 잘 통제되고 있다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한다고 했다. 누가 더 폭력적이고 덜 폭력적인가에 관한 논쟁보다, 정신 질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교회와 사회가 바른 인식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교회는 정신 질환자를 공포스럽게 생각하고 혐오하면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 착하고 여리고 가슴이 따뜻하며, 감성·지능·재능이 풍부한 사람이 많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적 고통 가운데 놓인
정신 질환자와 그 가족들…
교회의 본질 생각할 때
​'​​​​​​정품교회' 되기 위해 노력해야

이유2) 사이코 치유에는 재정적·인적·시간적 부담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정신 질환자 가족이 떠안는 재정적 부담은 매우 크다. 많은 가족이 파산을 겪는다. 물론 정신 질환자 중에 안정적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나 자수성가한 사람도 많다. 그들이 정신 질환에 대해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고 인정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신 질환자와 그 가족이 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조울병을 겪는 자녀나 배우자가 그 증상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낭비가 심할 수 있다. 조울병을 겪는 한 젊은 부인은 무리하게 큰 평수의 아파트를 덜컥 계약했다가 때가 되면 우울증에 빠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조울병 증상이 발현돼 대책 없이 해외여행을 간 자녀 때문에 카드 빚을 갚느라 고생하는 부모도 있다. 한 연예인은 조울병으로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공연을 준비했다가 나자빠지기도 했다. 조현병을 겪는 한 청년은, 아파트 입구에서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경비원이 제재하자 유리 현관을 발로 차서 깨뜨렸다. 결국 부모가 이를 변상해야 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오래전 내 큰아들이 조증이 심한 상태에서 운전한 적이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 레이스를 벌이는 것 같아 우리 부부가 여러 번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 다른 운전자와 싸우기도 하고, 경찰서에도 끌려갔다. 큰 사고라도 났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재정적으로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럴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고로 발생하는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말고 진찰비나 약값도 만만치 않다. 입원비는 아무리 보험 혜택이 있어도 여유 있게 돈을 버는 가정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자격이 있는 상담가에게 심리 치료를 받는 비용도 결코 작지 않다.

조현병이든 조울병이든 젊어서 발병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학교에 다니다가 수업을 망치게 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대학을 길게 다니다 보면, 장학생이 아닌 장학생이 된다. 매 학기 또는 매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에서 이처럼 경제적 고통을 겪는 정신 질환자와 가족을 품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재정적·인적·시간적 부담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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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의교회 청년부를 섬길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조현병에 대해 잘 몰랐다. 아니, 내 이모가 조현병 환자이기에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형제가 내 앞에 나타나자,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그래서 동료 교역자 중에서 나보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분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인근 대학 병원 정신과에 데려간 적이 있다. 그 형제를 그냥 둘 수 없어서 병원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당시 나는 일주일에 3번 설교하고, 제자 훈련반 모임 3개를 인도하고, 소그룹 리더 모임을 진행하는 등 빡빡한 시간표를 들고 헉헉대며 움직였다. 그런 중에 조현병 증상을 겪는 형제를 목회자로서 돌보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양육·교육·설교·특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탓에, 많은 교역자가 시간 싸움을 벌인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많은 교인을 면담해야 할 때도 있다. 그중에 정신 질환자가 있다면? 반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교역자로서 관리해야 하는 시간표가 뒤죽박죽 꼬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 정품교회(정서적·정신적 약자를 품는 교회)가 되는 일은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을 생각해 봐야 한다. 강도 만난 이웃을 도와준 사마리아인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돈과 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그가 선한 이웃이 될 수 있었을까. 우리가 팬데믹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가속화하는 상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포스트 코로나19 상황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뉴노멀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 없이 생활이 어려운 세대)라는 신인류가 등장하고 숱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즉 저비용 고효율로 정품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말이다. 나는 이 가능성을 조우네마음약국 유튜브 방송을 통해 체험하고 있다. 교회들만 의지가 있다면, 돈을 많이 안 들이고 정품교회 사역부를 세울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런 방법들도 추후에 나눠 보려고 한다. 더 나아가 정품교회가 된다면, 하나님께서 예상치 못하게 그 교회를 축복해 주셔서 기쁨과 감사가 넘칠 수 있다는 것을 믿음으로 상상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조울증아 고마워~ | 조울증 때문에 감사하다는 가족 이야기', '조울증아 고마워~ Part 2 그레이 편'이라는 방송을 '조우네마음약국' 유튜브에서 내보내기도 했다. 다른 조울러 가정들 중에서 가족의 일원 중 정신 질환자가 있어서 오히려 감사할 일이 많다며 고백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정품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교회가 겪는 재정적·인적·시간적 부담이 언젠가 큰 복으로 바뀔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정신 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인가?
편견과 무지를 깨뜨리려면
정신적·정서적 약자 위한 캠페인 필요해

이유3) 사이코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유1) 사이코를 사이코패스처럼 공포스럽게 생각하고 혐오해 낙인찍기 때문이다'와 같은 말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와 잠재적 범죄자에는 차이가 있다. 사이코패스는 양심의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하고 강력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여기서 내가 정의하고자 하는 '잠재적 범죄자'는 일상에서 비교적 많이 볼 수 있는 이들로, 상대적으로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다.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예민하고 예리하게 봤을 때라야 눈치챌 수 있는 정신 질환자의 이상 행동이 있다. 일반인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아는 관계에서는 '조금 이상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인식은 곧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과도 연결될 수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라면, 본당이나 로비, 화장실, 교회 카페 등의 장소를 정신 질환자가 드나들다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화장실에서 손을 너무 오랫동안 씻는다든지, 복도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한다든지, 다소 이상한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이 같은 행동이 교회 내에서 주의를 끌 수도 있다.

지금도 무척이나 후회하는 일이 있다. 사랑의교회 청년부를 지도하다가 종종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회 규모가 크다 보니 그런 것도 있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철학을 말할 자격이 없는 목회자였다.

이를테면, 새가족반 소그룹 리더인데, 여성 청년을 건드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청년들의 경우, 훈계하고 직분이나 회원직을 내려놓게 하면, 곧 다른 교회 청년부로 소속을 옮기고는 했다. 그러다가 다른 곳에서도 사고를 치고 교회를 옮기는 사태가 벌어지고는 했다. 한번은 5개 교회 청년부 목회자가 모여서 일종의 '제휴'를 맺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새가족반에 청년이 등록할 경우, 그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 파악했다. 물론 이는 선량한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했던 조치였다. 하나님께서 목회자를 공동체의 게이트키퍼이자 슈퍼바이저로 세우셨으니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상한 청년이면 의심하는 버릇이 나에게 생겼다는 것이다.

사반세기가 지났으나, 가끔씩 떠오르는 한 형제가 있다. 그는 예배할 때 거의 맨 앞자리에 앉아서 손을 들고 찬양하거나 일어나서 찬양하고는 했다. 이 형제는 청년부 예배를 할 때 1000여 명의 청년뿐만 아니라, 대예배에 참여하는 많은 교인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문제는 좀도둑 같은 일을 저지르고는 한다는 점이었다. 알고 보니, 제휴를 맺은 교회에서 블랙리스트로 올린 사람이기도 했다. 다른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다음에 우리 교회로 온 것이었다.

내가 이 형제에게 미안한 것은, 여러 행동을 떠올려 봤을 때 조울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당시 오가는 길에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인격적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눠 보지는 못했다. 결국 그를 치리해서 공동체에서 내쫓았다. 이 일은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 아닐까 싶다. 정신적 약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 왜곡과 선입견, 잘못된 정보 때문에 오늘날 교회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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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는 'Bell Let's Talk' 캠페인이 있다. 정신 건강과 관련해 계몽·교육 및 참여를 일으키는 대대적 사회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정신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고, 의사소통을 조금 더 원활하게 하는 일이 각종 매스컴과 뉴미디어, 유명인이 참여하는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7년을 걸쳐 진행한 끝에 정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국민 사이에 자리 잡았다. 정신 질환에 대한 바른 인식 지수가 40%에서 80%까지 올라갔다.

한국에도 이 같은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이 올라가면 교회 인식도 더불어 올라갈 것이다. 그래야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서 생각해 본다. 한국교회는 일찍이 교육·의료 분야, 독립운동과 근대화, 민주화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 근래에 오면서 사회의 역기능적 존재로 여겨지면서 낙후한 곳으로 취급되는 듯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회가 정품교회를 추구하면서 정신 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지 않고 사회를 선도한다면 다시 신뢰받고 존경받는 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원론적 세계관이 위험한 이유
건전한 기독교 세계관 통해
정신 질환 문제 볼 수 있기를

이유4) 하나님께서 주신 시련이기에 각자 해결할 일이지, 교회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 내에 만연한 이원론적 세계관이 정품교회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이원론적 세계관은 하나님을 종교적 영역으로 축소시킨 세계관이다. 하나님은 만물과 만유의 창조자이며, 지탱자이자 통치자이시다. 하나님의 통치 영역에서 치외법권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원론적 세계관의 문제는 하나님을 시공간적으로 주일과 예배당에 가둬 놓는 데 있다. 하나님께서 평일이나 예배당이 아닌 영역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기면서 살게 만드는, 언뜻 보면 '편리한' 세계관이지만, 그 끝은 끔찍하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만인제사장설을 무시하고 오직 '성직자'만 우선시하도록 했다. 똑같은 하나님의 성도라는 정체성에서 떠나 평신도와 성직자 사이의 간격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사실 '평신도'라는 용어 자체가 비성경적·비기독교적 세계관의 표현이다. 똑같은 성도로서 목회적 기능을 감당하는 목회자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목회자나 교인이 함께 성경의 최종적 권위 아래로 들어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며, 교회의 머리는 담임목사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다.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성경적 세계관이다.

이원론적 세계관을 추구하는 이들이 한국교회의 주류 리더십을 장악하고 대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교회 내에 정신 질환 이슈와 관련한 온갖 부정적 편견이 가득하다. 이원론자들은 영육 중에 영혼과 관계된 일이 가장 중요하며, 썩어 없어질 육은 빨리 벗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혼이 내세의 천국으로 들어가는 일을 가장 긴급하게 본다. 정신 질환은 영혼의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정신 질환자의 영혼은 귀신 들린 영혼이니 정죄와 저주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정신 질환이 뇌와 관련한 문제라면, 육과 관계돼 있으니 교회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교회는 정신 질환의 문제를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로 믿어 오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시련으로, 각자가 견뎌 내야 할 일이라고 봤다. 알아서 해결해야지, 교회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원론적 세계관에서는 영·혼·육이 온전히 하나라는 주장을 배격한다. 이원론적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고 성경을 중시한다고 말하지만, 과학·의학·약학을 무시하고 기도 만능주의를 내세우면서 반지성주의·신비주의에 빠지고 만다.

물론 기독교를 지성주의 카테고리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와 성경은 초지성적 영역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반지성주의와 지성주의의 양극에서 능력의 말씀 가운데 균형과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이원론적 세계관 위에 목회자와 교인의 신앙·사역·삶이 구축돼 있으면, 교회가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배려할 근거가 없어진다.

나는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 전통에 따라, 기독교 세계관을 '4G'로 이해한다. 하나님은 천지 만물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좋았다(Good)고 말씀하셨다. 이 말에는 우리 몸과 육체도 보시기에 좋으셨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특히, 인간을 하나님 형상을 지닌 존재이자 만물의 영장으로 세우셨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시고 아주 좋아하셨다.

그러나 죄(Guilt) 때문에 인간은 부패한 죄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인간에게 질병이 생기고, 자연과 사회는 죄로 얼룩졌다. 뇌의 호르몬 작용도 변질됐다. 멘탈과 사이콜로지가 완전 깨져 버리고 말았다. 다양한 질병과 함께 정신 질환과 정서적 질병도 생겼다.

그렇다고 인간에게서 하나님 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치 누군가가 돌을 던져 거울을 깨뜨렸다고 했을 때, 거울에 금이 많이 갔으나 존재와 기능 자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듯이. 전문의에게 받는 약물 치료와 심리치료사에게 받는 상담 요법을 인정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원론자들은 첫 번째 G를 모르고 있다. 죄인(Guilt) 속에 있는 좋은 요소(Good)를 간과하고 있다. 병원이나 약을 찾는 것을 마치 불신앙처럼 매도하기도 한다.

세 번째 G는 은혜(Grace)다. 예수님은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그리스도, 구세주로 오셨다.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그 구세주를 마음속에서 주와 선생으로 모신 사람들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하나님나라로 들어간 것이다. 이 땅에서는 하나님나라에 '이미' 들어간 것이나, 하나님나라가 온전하게 임하는 때는 '아직 아닌' 것이다. 영원하고 불변하며 완벽한 하나님나라가 언젠가 임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를 사는 기독교인은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과 같은 승리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영혼만 구원을 받은 상태이고, 천국에 갈 때까지 죄와 죄의 권세 아래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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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빛을 받아서 어두운 밤에 빛을 발하는 달처럼, 기독교인은 발광체가 돼야 한다. 기독교인은 아직 태양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두운 밤에 암중모색하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무광체도 아니다. 달빛과 같은, 그러나 조금은 약한, 어두울수록 더 강하게 빛나는 불완전한 발광체다. 정품교회는 어두운 사회에서 달과 같은 존재로 빛을 발하는 교회를 말한다.

네 번째 G는 감사(Gratitude)다. 하나님 은혜를 받은 자들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감사하게 된다. 나는 두 아들의 조울증으로 반세기 넘게 지옥을 50번 이상 다녀왔다고 고백하고는 한다. 우리 가족 전체가 이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다. 하나님나라의 복음 덕분이었다.

나와 아내는 조울증의 쓰나미가 몰려올 때 단단한 복음의 바위를 붙잡았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 하나님은 선하셔. 지금은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지만, 선하신 하나님은 살아 계셔'라고 골백번 속으로 되뇌면서 견뎠다. 조그맣지만 단단한 복음의 바위를 붙잡았을 때, 하나님은 견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을 상처 입은 치유자로 쓰고자 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또 한 명의 승리주의자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경험하는 가운데서도 정신 질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완전히 무너진 가정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너진 이들 중에 우리가 감탄할 정도로 큰 믿음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고직한 /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호주 SMBC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선교사 훈련을 받았다. 1978년 고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교회 개척준비기도팀 멤버로 참석해 지금까지도 사랑의교회를 교인이자 교역자로 섬기고 있다. 사랑의교회 청년대학부 디렉터로 일했으며, 현재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에서 순장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IVF에서 캠퍼스개척간사, 서울지역대표간사, 총무를 역임했고, 학원복음화협의회·청년목회자연합 등을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사)청년의뜰 상임이사, 청년목회자연합 상임대표, 진로와소명미니스트리 대표, 일품교회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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