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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 에피소드 3 - 내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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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0-11-06 | 조회조회수 : 5,0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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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살던 은하가 어느 날 전화를 했다. “엄마, 이 책을 읽어 보니까 내가 주의 산만증 증세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보았는데 내 말이 맞대. 약 처방을 해주어서 써 봤더니 효과가 아주 좋아.” 


소아정신과 전문의 할로엘 박사(Edward Hallowell, M.D.)가 쓴 책 <Driven To Distraction>을 읽은 후, 은하가 놀라서 내게 전화로 말한 내용이다. 나는 갑자기 머리를 어디에 꽝 부딪친 기분이었다. 그렇다. 은하가 쉽사리 산만해져서 이것 저것을 잃어버리고, 실수할 때도 많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봉고북치기'라든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자신이 사랑하던 아빠와 풀 때면, 끝을 모를 정도로 주의집중을 하곤 했다. 틀림없는 A.D.H.D의 증상이었다. 


90% 이상이 백인 학생인 자신의 학교에서 ‘아시안 학생 클럽’을 조직하여 회장이 된 후, 제 어미인 나를 초청하여 ‘아시안 문화, 무엇이 서양문화와 다른가?’라는 강의를 하게 한 적도 있다. 그때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동양문화의 교육을 전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뿌리 박게 한 것이다. 이른 바 ‘상자 밖으로의 생각'을 하며, 창의력이 번뜩였던 아이였다. 가끔 충동적이거나, 한군데에만 몰두하는 행동으로 나를 화나게 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 중학생 때 자신의 왼쪽 머리카락 전체를 완전히 삭발해 버린 후 오른쪽 머리카락은 새파란 색깔로 염색해 버렸던 사건, 화장실에 갈 때면 두꺼운 백과사전을 들고 들어가서 한 페이지씩 읽으며 한 두 시간씩을 지내던 모습 등.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내가 왜 은하의 A.D.H.D. 증상을 빨리 눈치채지 못했는가였다. 일반 정신과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2년에 걸친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수련 과정을 끝냈고, 두 분야의 전문의 자격(Board Certified)를 갖춘 내가 아닌가. 하지만 내 딸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이 아이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이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 때문에 아이의 행동을 병(?)이라고 진단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은하가 주의 산만증 치료를 시작한 후, 나도 곧장 다른 병원의 성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캐나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의과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 와서 정신과 수련을 마친 분이었다. 나하고는 직접 연관된 부분이 전혀 없으니 내가 은하의 증상을 보지 못한 것같은 실수를 범할 염려는 없을 듯 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주의 산만 증세 만이 아니라, 다른 동반 이환(comorbidity) 문제가 있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나는 마흔 아홉 살에 사랑하는 남편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잃은 상태여서 우울증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내게는 소아 정신과 의사로서의 일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료들이 주위에 있었다. 나는 종일 환자들을 대하며 그들의 아픈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서 치료 방법을 찾았다. 가능한 한 혼자 집에 있는 것을 피했다. 남편과의 추억이 많이 담겨있는 크나 큰 집은 외로움과 고독의 온상이었으니까. 


남편이 떠난 후,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 등록했다. 갑자기 신앙심이 강해져서가 아니었다. 그토록 선하고 모든 일에 열성이었던 아이들의 아빠,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 위해주던 남편을 어이없이 앗아간 하느님의 심뽀(!)를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나는 매일 마지막 환자의 상담을 마치자마자 동쪽을 향해 프리웨이를 달렸다. 차창 뒤편에는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평선 너머로 지고 있었다. 베토벤을 들으며 두 시간 동안 수많은 자동차들 홍수를 뚫고 클레어몬트에 갔다. 90분 간의 신학 강의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는 솔직히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어두운 캠퍼스를 빠져 나와 다시 한 시간 반  차를 달려 집에 돌아오면 잠을 이룰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의미는 충분했다. <계속>


- 수잔 정 박사의 신간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 중에서 -  


수잔 정 박사/ 소아정신과 전문의, 전 카이저병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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