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해피 버스데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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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4일이면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맞게 된다. 그날 밤 여기저기서 수많은 불꽃놀이가 열릴 것이다. 내가 잠자는 시간은 저녁 9시 반. 그날 밤 내가 곱게 잠들기는 글렀다. 폭죽 터지는 소리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사는 이 나라의 생일이니 꾹꾹 참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볼 참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미국의 방향을 바꾼 역사적 전환점을 이룬 사건 3가지를 꼽으라면 1위는 남북전쟁, 2위는 독립혁명과 헌법 제정, 3위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꼽는다.
흑인 노예문제로 촉발된 남북전쟁은 ‘미국이 하나의 나라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한 전쟁이었다. 많은 학자들이 이 전쟁을 미국 역사의 분수령으로 평가한다. 연방을 유지하면서 노예제도를 폐지했고 중앙정부 권한이 강화되었다. 그래서 아브라함 링컨은 “미국을 두 번 건국한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1776년 독립선언은 단순히 영국 식민지의 독립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을 가진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정치 실험의 시작이었다. 나라의 주인은 더 이상 왕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시작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을 제시하고 성문헌법을 제정했다. 오늘날 미국의 정체성은 이 시기에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2차 대전의 승리는 미국이란 나라를 명실상부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사건이었다. 전쟁 후 미국은 세계 GDP의 절반 차지,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구축했고 국제 질서를 주도하게 되었다. 이른바 ‘미국의 세기(American Century)’가 시작되었다.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면 1776년은 미국이 태어난 해였다. 그로부터 250년이 흘러 다음주가 250주년이다. 1865년은 미국이 하나의 나라로 다시 태어난 해였다. 그리고 1945년은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가가 된 해였다.
그동안 미국은 작은 동부 연안 국가에서 루이지애나를 매입하면서 거대한 대륙 국가로 성장했다. 존 록펠러, 앤드루 카네기, 헨리 포드와 같은 걸출한 사업가들이 등장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제조국으로 성장했다. 45년간 이어진 체제 경쟁에서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동시에 이 나라의 건국 이념과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과정도 있었고 부단하게 스스로를 수정하고 발전시켜 온 역사도 있었다. 이건 지금도 진행형인 셈이다. 이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미국의 장점이기도 하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선언했다. 그게 건국이념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흑인들을 계속 노예로 부리며 살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연방정부와 의회차원에서 그 노예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다. 상·하원은 노예 제도가 미국 역사의 ‘잔혹함, 야만성, 부당성’이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1865년 남북전쟁 종료 후 마지막 흑인노예가 해방된 날을 기념해 제정된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하루 앞두고 이루어진 사과였다.
2차세계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수용한 것은 미국의 흑역사에 속한다. 미국인으로 잘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 12만명을 수용소에 가둬버린 것이다.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는 안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러 이를 공식 사과했다. 이보다 앞서 레이건 대통령도 이 사건에 사과하면서 그들의 후손들에게 위로 보상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자행한 미국정부의 정책과 폭력행위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가장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런 걸 보면 미국은 끝없이 건국이념과 현실사이의 모순을 개선하고 수정해 온 역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
자,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럼 미국 탄생 250주년에 나는 뭐지? 나도 즐겁다고 폭죽놀이에 가담해서 ‘갓 블레스 아메리카’를 소리 높여 열창해야 하고 이 나라 주인인양 멋들어지게 축제를 벌여야 되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그래야 된다. 엄연하게 우리는 지금 이 나라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우리 이민자에게 미국이란 나라는 ‘태어난 나라’가 아니라 ‘선택한 나라’다. 나는 왜 아메리카를 선택했을까? 나의 선택은 후회 없는 선택인가? 나의 선택은 후손들에게 어떻게 평가받게 될 것인가? 아니 나의 선택가운데 뒤따르는 도덕적, 영적 책임에는 얼마나 성실하게 응답하며 살아왔는가? 250주년 아메리카는 내게 어떤 의미이며 앞으로 이 나라 이민자로서 내가 걸어야 할 부끄럽지 않은 발걸음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고… 지금 이민자들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 난 이 나라의 살벌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무슨 고민이고 나발이고 그냥 숨죽이고 살다가 좋은 세상 올 때를 기다려보자는 생각밖에는 뭐 마땅하게 떠오르는 현명한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그래도 생일은 생일 아닌가? 축하하자. 태어난 나라는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나라. “해피 버스데이 아메리카”다.
조명환 목사(크리스천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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