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생명공학의 발전과 세 가지 인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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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의 시대로 규정되는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과 정보산업,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기술의 급진적 발전이 통합되며 역사상 유례없는 변혁의 시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과학기술과 생명공학 분야의 기술적 진보는 단순히 삶의 편의를 증진 시키는 것을 넘어, 이제 인간 자체를 바꾸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사람의 치료나 장기 복제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건강과 지적 능력을 확장하는 유전자 증강, 컴퓨터 공학과 생명과학을 이용한 인간 능력의 획기적인 확장의 문제는 “인간이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도록 합니다.
오랫동안 인간(human)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존귀한 존재로 여겨졌고, 이 존엄한 존재임을 확신하는 가운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유전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적 노력과 자기성찰과 인격적 성숙과 주변의 도움으로 인류공동체에 공헌하는 존재가 되도록 열려있었습니다. 기술문명이 우리의 생활 환경이 된 이 세상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기술적인 도구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강시킨다는 것에 그렇게 친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인간 자체의 증강된 능력을 추구하는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고, 질병, 노화, 죽음과 같은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능력에서 “증강된 인간”은 인공 장기, 유전자 편집, 뇌-컴퓨터 연동 등의 기술을 통해 신체와 인지 능력을 제고시키려고 합니다.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교수는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술을 사용하여 에이즈 바이러스에 강한 면역력을 가진 “맞춤 아기”를 탄생시켰습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한 트랜스휴먼은 인간 능력의 제고는 물론 인성의 탁월함도 유전자 증강 기술로 이루려고 합니다. 이들은 “변형인간” 이지만 여전히 “인간”입니다. 다만 기술로 ‘인간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포스트휴먼(posthuman)의 차원은 인간중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탈인간”의 차원에 서는 것입니다. ‘인간 이후’의 탈인간적 존재는 생명공학이나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더 이상 ‘인간’으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에 이르게 됩니다. 포스트휴머니즘, 곧 탈인간주의는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곧 인간과 인공지능, 동물, 기계 등 간의 경계를 허물며 연합하여 공존하려고 합니다. 포스트휴먼은 인간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기술과 문화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인식하며,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고유함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적 발전으로 인간성을 재규정하려는 것은 인간의 도구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역으로 규정하려는 본말전도가 아닌가 자문하게 됩니다. 이미 생명공학의 발전을 위해 죽은 수천 개의 수정란과 배아가 인간으로 발생될 생명을 실험용으로 만든 잔혹함에 기반합니다.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첫째,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쓰이기 어렵다는 차원에서 또 다른 차별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인지 능력, 신체적 능력과 인격과 영성이 개인 유전자로만 결정되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부실한 유전자 결정론입니다. 셋째, 개인에게 그가 속한 가족, 동료와 공동체 등 ‘사회화 과정’을 형성하는 인적 환경(milieu)이 더 중요합니다. 넷째, 인간의 주체성과 통렬한 윤리적 반성을 상실한 탈인간이 인류에게 파멸적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포스트휴먼’은 성경에서 진멸과 타도의 대상이던 ‘네피림’을 다시 세상에 불러들이는 행위가 아닐까 우려됩니다. 인간성은 개발보다 회복되어야 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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