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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택 교수의 문학 칼럼] 2. 아사히카와의 눈 속에서 태어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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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8-24 | 조회조회수 :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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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가이도는 겨울왕국입니다. 겨울 밤에 내리는 눈은 모든 소리를 낮춥니다. 눈 내리는 북방의 거리는 말이 적어지고, 사람의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집니다. 흰 눈은 세상의 더러움을 잠시 덮지만, 동시에 그 아래 감추어진 상처와 얼음도 보존합니다. 그래서 눈의 땅에서 태어난 작가는 인간의 마음을 쉽게 낙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름다움 속에 숨은 죄를 보고, 침묵 속에 묻힌 울음을 들으며, 차가운 풍경 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기다립니다.


제가 사랑하는 미우라 아야코는 바로 그런 북방의 작가였습니다. 그녀는 1922년 4월 25일,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서 태어났습니다. 결혼 전 이름은 홋타 아야코였습니다. 아사히카와는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미우라 문학의 모태였습니다. 권요섭의 논문은 아사히카와를 “미우라문학의 연고지”라고 부릅니다. 그곳에는 미우라아야코기념문학관이 있고, 미우라 부부가 신앙생활을 했던 로쿠조교회가 있으며, 미우라 주택, 슌코다이 언덕의 『길은 여기에』 문학비, 미우라 부부의 묘지, 그리고 인근의 시오카리 역과 시오카리 기념관이 남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 대부분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며, 그녀는 홋카이도의 66개 지역을 작품 속에 등장시켰습니다.


그러므로 미우라 아야코를 읽는다는 것은, 한 여류 작가의 문장을 읽는 일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홋카이도의 바람, 아사히카와의 눈, 북방의 고독, 긴 겨울 밤의 침묵을 함께 읽는 일입니다.


『빙점』이라는 제목도 이 북방의 감각을 떠나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빙점은 물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입니다. 액체가 흐름을 멈추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으로 변하며, 생명의 움직임이 정지되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미우라의 문학에서 빙점은 물리학의 용어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마음의 온도입니다. 죄를 품고도 회개하지 않는 마음,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진실을 알면서도 자기 자신을 속이는 마음, 그 마음이 얼어붙는 지점입니다.


아사히카와의 겨울은 미우라에게 인간 존재의 은유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눈은 깨끗하지만 차갑습니다. 얼음은 투명하지만 위험합니다. 흰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길을 잃으면 죽음이 가까워집니다. 『빙점』의 요코도 그렇습니다. 그녀는 맑고 순수한 소녀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존재가 “죄인의 자식”이라는 낙인 앞에서 마음이 얼어붙습니다. 게이조의 마음도 얼어붙습니다. 그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복수의 얼음이 자랍니다. 나쓰에의 아름다움도 따뜻한 생명이 아니라 자기애라는 차가운 거울이 됩니다.


미우라의 문학은 그래서 따뜻한 위로만 주지 않습니다. 먼저 차갑게 드러냅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속이는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깊이 상처를 주는지, 정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잔혹한 복수를 행하는지 보여 줍니다. 그러나 북방의 작가 미우라는 절망만을 쓰지 않았습니다. 눈의 땅에서 자란 사람은 봄을 압니다. 긴 겨울을 견딘 사람만이 해동의 기쁨을 압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삶에도 긴 겨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전쟁 시대에 교사가 되었고, 어린 학생들에게 나라와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패전 후, 자신이 가르친 말들이 진리가 아니라 군국주의의 도구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빙점 해동』은 그녀가 교과서의 군국주의 문장을 먹물로 지우면서, 자신이 아이들을 전쟁의 도구로 만들었던 “앞잡이”였음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 죄책과 허무는 그녀를 무너뜨렸고, 이후 결핵과 척추 카리에스로 이어지는 13년의 투병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병상의 겨울 속에서 그녀는 복음을 만났습니다. 마에카와 다다시의 목숨 건 사랑을 통해, 그리고 훗날 남편이 되는 미우라 미쓰요의 신앙적 동행을 통해, 그녀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빙점 해동』은 미우라가 1959년 37세에 완치되어 미우라 미쓰요와 결혼했고, 1964년 『빙점』으로 작가 데뷔한 뒤 1999년 소천할 때까지 35년 동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기독교 전도문학을 계속 썼다고 정리합니다.


이 지점에서 아사히카와의 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신학이 됩니다. 눈은 죄를 덮는 듯 보이지만, 봄이 오면 감추어진 것이 드러납니다. 얼음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지만, 햇빛이 오면 녹습니다. 인간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죄는 마음을 얼게 하지만, 은혜는 마음을 녹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사 1:18). 이 말씀은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을 여는 복음의 문처럼 들립니다. 그녀는 인간의 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나 죄를 파헤친 이유는 인간을 정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하나님의 용서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야코는 눈처럼 맑은 문장을 썼지만, 그 문장 속에는 칼날 같은 죄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운 인간 내면을 보았지만, 그 얼음 아래 흐르는 하나님의 사랑도 보았습니다. 

 

마음이 얼어붙고, 기도가 멈추고, 사랑이 식고, 용서가 불가능해 보이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말합니다. 겨울은 끝이 아닙니다. 얼음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가장 차가운 마음에도 찾아옵니다. 미우라 아야코는 눈의 작가였습니다. 그러나 더 깊이 말하면, 그녀는 해동의 작가였습니다. 얼어붙은 인간의 마음이 하나님의 사랑 앞에서 다시 녹을 수 있다고 믿은 작가였습니다. <계속>


임윤택 교수(선교신학자, 미주 장신대학교 선교학 박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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