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정 박사의 ADHD 이해하기] ADHD 진단 및 치료의 역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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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들의 부모들이 꽤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양육한 ‘충분히 훌륭한 부모들(Good Enough Parents)’이라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이미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는 이렇듯 좋은 환경에서 잘 길러진 아이들이 자기조절능력을 잃은 채 도덕적으로 문란한 행동으로 빠져나가는 이유에 유전이나 다른 체질적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내어 놓았다.
게다가 이 아이들의 가족력을 알아보니 우울증, 음주벽 환자 또는 행동 장애자들이 많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런 아이들의 ‘조절되지 않은 행동’이나 ‘나쁜 행동’들을 도덕의 결여로 봤고 그것에 대한 치료 방법은 체벌이었다. 그러니 닥터 스틸의 생각은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이었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박사(William James)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런 아이들은 행동의 제압, 도덕적 조절, 주의 집중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조심스러운 가설을 내어 놓았는데, 여러 자극에 대한 반응을 제압하는 뇌 작용의 문제, 또는 두뇌 피질 안에서 자신의 지식과 자신이 원하는 것, 의지(will) 사이에 연결이 끊어진 상태라고 봤다.
Eugene Kahn, M.D.과 Louis Cohen, M.D.가 1934년에 발표한 ‘Organic Driveness’라는 연구에 따르면 행동이 항진되고 충동적이며 미숙한 어린이들의 행동이 마치 세계 대전 이후(1917-1918) 뇌염에 걸렸던 환자들이 보이던 주의 집중 불능, 높은 산만 증세, 안절부절함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즉 ADD 증상이 뇌염이라는 신체적 병의 증상과 같다는 보고였다.
1937년에는 소아과 의사인 챨스 브레들리(Charles Bradley)가 벤제드린(미국명 Benzedrine, Amphetamine)이라는 각성제를 사용하여 이렇게 문제가 있는 어린이를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이 각성제가 어떻게 이미 심하게 정신적으로 항진되어 있는 환자를 안정시키는지에 대한 기전을 설명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발견이었다. 이런 환자들을 미세 두뇌 기능장애 곧 MBD(Minimum Brain Dysfunction)라고 불렀는데, 또 다른 각성제인 리탈린(미국명 Ritalin, methylpheniate)과 페모린(미국명 Cylert, pemoline)을 쓰며 많은 효과를 보았다(현재는 Benzedrine, Cylert는 사용하지 않음).
1957년에 라우퍼(Laufer)는 중뇌(Midbrain) 안에 있는 시상(Thalamus)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많은 자극이 오는 것을 걸러내지(filter) 못하는 것이 이런 증상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비록 이 가설이 증명되지는 못했지만 이 연구를 통해 ADHD가 뇌의 문제라는 것이 다시 대두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면서 행동 문제만이 아니라 주의 산만이나 충동성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증상들도 관찰되었다. 그리고 한 가족 안에 ADHD 환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병이 유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확실시 되었다. 즉 부모들이 잘못 길러서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아이의 성향이라는 것이다. <계속>
- 수잔정 박사의 신간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 중에서 –
수잔 정 박사/ 소아정신과 전문의, 전 카이저병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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