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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모세 전통, 다윗의 전통과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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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4-03 | 조회조회수 : 1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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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1933-2025)은 미국의 저명한 구약학자입니다. 오래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예언자적 상상력』을 읽었을 때, 저는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통 성도들은 “솔로몬의 복을 주소서”라고 기도하지만, 브루그만은 솔로몬 왕을 제국주의적 왕권 신학의 표상으로 강력하게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솔로몬은 신명기 17장이 제시한 이상적 왕권의 가르침을 저버린 군주였습니다. 그의 억압적인 왕권 유지와 과도한 세금, 그리고 노역은 선지자들의 질타를 불렀고, 결국 그의 실책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 분단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솔로몬과 그 왕권 신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브루그만의 저술 『구약의 사회적 독해』에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성경이 보여주는 수천 년 전의 낯선 세계가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 사회의 “안일함을 깨우는 종소리”라고 역설했습니다. 즉, 구약성경은 우리가 처한 제국적 현실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생명의 공동체를 일구게 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 비판서’라는 것입니다. 브루그만의 사회·정치 비평은 성경 속에 흐르는 두 줄기 강물, 곧 “모세의 궤적”과 “다윗의 궤적”이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현장에 주목합니다.

   

여기서 “모세의 궤적”은 이집트 파라오의 신적 권세와 가나안 도시국가의 억압적 왕권에 대항하여 농민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선지자적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반면 “다윗의 궤적”은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의 안정과 질서를 수호하려는 ‘왕권 및 성전 중심의 요청’을 뜻합니다. 이 두 흐름, 즉 예언자 전통과 왕권 전통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과 갈등을 이어왔습니다. 이스라엘 역사 내내 이 두 궤적은 길항(拮抗) 작용을 반복했습니다. 반제국주의적 선지자 나단과 갓에게 질타 당하는 다윗, 왕국의 분열을 예언하는 아히야와 솔로몬, 이스라엘의 멸망을 선포하는 아모스와 여로보암 2세, 그리고 왕의 잘못을 꾸짖는 이사야와 아하스 왕은 이러한 대립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유와 해방의 패러다임(모세)과 안정과 질서의 패러다임(다윗)은 표면적으로는 격돌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언약(계약) 사상’은 바로 이 두 궤적의 종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세의 언약은 제국주의적 위계질서를 전복시키는 패러다임인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를 여는 사회적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즉,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은 자비로운 대안 공동체 건설이라는 목표와 맞물려 있습니다.

   

모세와 다윗이 보여주는 이 두 전통을 조화롭게 성취한 인물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는 ‘참된 모세’로서 전복적(顚覆的)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은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의 문법이 아닌 광야와 갈릴리, 그리고 시장의 문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고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심으로 종교·정치적 위계를 전복하셨습니다. 동시에 예수는 ‘다윗의 후손’으로 오셔서 하나님의 진정한 통치를 이 땅에 정착시키셨습니다. 그분은 ‘평화의 왕’으로서 십자가를 통해 공의와 사랑을 성취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다윗의 궤적은 더 이상 타자를 배제하는 권력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승리로 세워진 그분의 나라는 만물을 하나님 안에서 하나로 묶어주는 우주적 통합의 통치입니다.

   

모세의 궤적이 제국적 질서로부터의 해방이라면, 예수의 궤적은 그 배후의 영적 어둠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였습니다. 다윗의 궤적이 공동체를 보호하고 신적 임재의 성전을 선물한다면, 예수의 궤적은 자기 몸으로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시킨 영원한 평화의 성전이 됩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를 따르는 성도는 모세처럼 세상의 불의에 “아니오(No)”라고 외치면서도, 다윗처럼 하나님의 통치에는 “예(Yes)”라고 응답하는 자들입니다. 성경의 두 흐름은 이처럼 선지자적 왕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만나 비로소 통일된 바다를 이루고, 우리를 그 바다에서 항해하게 하십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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