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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정 박사의 ADHD 이해하기] ADHD 자가 진단 방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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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03-30 | 조회조회수 : 4,4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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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에게 하버드 프로젝트의 하나로 쓰여진 "Getting to Yes, Negotiating Agreement without Giving In"이라는 책을 보내 주었다. 이제 아버지나 아들을 믿을 수가 없는 처지였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ADHD 환자들이기 때문이다(비록 아버지가 따로 진단을 받지 않았고, 받을 의지도 전혀 없었지만). 


싸움을 하거나 때리고 맞는 것은 육체적 운동도 되고 흥분도 되지만, 식구가 모여 앉아 회의를 한다는 것은 ADHD 증세를 갖고 있는 두 남자들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엄마와 두 명의 누나들이 흥정의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남존여비식 가치관에 빠져있는 아버지가 협조를 거부했다. 내 친구는 정신과 의사와 상의 끝에 남성 가족 치료사에게 의뢰했다. 내 친구는 치료사에게 가며 내가 보내준 책 "Getting To Yes"을 참고로 가지고 갔는데 그분도 이 책을 알고 있었다.


정신과 의사를 통해서 친구 집의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던 가족 치료사는 다음의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했다.


“어머니가 가져오신 이 책은 하버드 법대 교수들인 Fisher, Ury 그리고 Bratton 교수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핵무기 문제, 이란과의 문제, 중동 사태 등을 평화롭게 흥정하여 성공한 경험을 살려서 쓴 책입니다. 저도 이분들의 원칙을 좋아할 뿐 아니라 몇 차례 이를 이용해서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 교수들이 이야기하는 원칙은 다음 네 가지이다.


1) 사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것을 사람과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서 아드님이 백화점에서 옷을 훔치려던 것은 아버지가 자신이 원하는 사복을 빌려주거나, 사주지 않있기 때문이었다고 하면, 문제 속에 사람이 포함되므로 아버지는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 절대로 마음을 바꾸거나 흥정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2) 이익, 이득(interests)

중요한 것은 어떤 이익이 있느냐이지, 자신의 위치(position)가 아니다. 협상(Negotiation)은 토론(debate)과 다르다. 토론에서는, 마치 육군 보병들이 자기의 영역을 끝까지 사수하는 것처럼 위치가 중요하지만 흥정을 할 때에는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가가 중요하다. 가끔 청소년들이 논쟁을 하다가 끝까지 밀리게 되면 체면을 세우느라 자기 위치를 고수하는데 사실은 손해를 보게 된다.


3) 선택권(options)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주의산만증이 있는 사람들은 무슨 결정이든 빨리 정해 버리고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지만 항상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것을 우격다짐으로 결정을 내도록 억누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4) 표준(criteria)

가족이 내린 결정이 어떤 규칙이나 법규 등에 맞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어떤 것을 추천하나?’, ‘이 지역의 다른 가족들은 어떤 결정들을 했나?’, ‘어떤 의학적 정보가 있나?’ 등이 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할 때 어떤 날에는 지나치리만큼 심한 벌을 주고, 그 다음 날에는 미안해서 특별한 선물을 주는 식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이것은 이미 조절이 잘 안되고 있는 아이의 혼돈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다행히 내 친구는 사랑이 많으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나이에 상관없이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귀하게 여겼다. 아마 그의 이런 성숙함이 어려운 문제를 가진 아들과 그 아버지를 모두 쓸모있는 시민으로 이끌어 갔으리라 믿는다. 


ADHD 환자의 가족들은 늘 긴장하기 쉽다, 언제 새로운 사건이나 위기가 올지 모르니까. 내 친구는 유머 감각이 있어서 가족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것은 나중에 그의 아들이 사회에 나가서 회사의 상사나, 공장의 노동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언제나 아들에 대해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머니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이 환자와 가족 전체가 희망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것이다.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동양인들은 정신과 질환이나 치료에 대해 수치스럽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곳 LA에 사는 많은 한인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이민왔던 당시의 한국식 가치관을 그대로 지키고 사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필요한 경우 오래된 옷에 새 헝겊을 대고 기워입 듯이 옛날 한국적 사고방식에 서양식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조금씩 짜깁기해서 붙여 가며 산다. 그런데에도 정신과 병이나 그에 대한 치료는 그마저도 안한다. 1980년도에 이민 온 분이라면 2020년에 이민 오신 분과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살더라도 사고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걱정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에 독자들에게 엉뚱한 오해를 초래하지 않을까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곳에서 자라는 우리 자녀들은 24시간 서양식 교육과 SNS, 대인 관계, 문화, 취미생활 등에 둘러싸여 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필요할 때 짜깁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코 가치관 자체를 바꾸지 않았고, 바꿀 생각도 없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경향은 한국 이민자들에서 특히 강한 듯하다. 서로 다른 것은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좀 더 많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에 대해서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서양 사람들을 주로 대하는 직장과 아이들을 기르는 가정에서 내 가치관과 문화적 배경 때문에 가끔 혼란스러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원칙적인 가치, 즉 주위에 있는 사람(가족, 친구, 동료, 환자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의 감정을 받아주고(반드시 찬성은 하지 않더라도), 사랑을 줄 수 있다면 결국에는 갈등이 해결된다는 것을 느꼈다. 문화의 차이에 겹쳐서 집행 기능에 차이가 많은 ADHD 환자와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이민 가정에서는 그러니까 더 많은 대화와 인내심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많은 한인들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또는 화가 나면 술을 마신다. 술은 마취제이다.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켜 잠시 잊어버리지만 두세 시간 후 술이 깨면 더욱 우울하거나 화가 난 상태로 돌아온다. 이때는 금단 증상을 막기 위해서 또 마셔야 한다. 술은 처음 몇 잔 마실 때에는 양심이나 각종 억제 기능(censor)들을 눌러 버려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술은 결국 우리의 뇌 중추 기능을 저하(depress)시키는 물질이다. 마지막에는 금단 현상의 고통 때문에 계속해서 마실 수밖에 없으니 몸이 파괴되거나 자살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LA에서 자살하는 한인 노인들의 숫자는 다른 어떤 동양인 그룹보다 높다. 한인 공동체가 그 원인을 찾아내고 그런 분들을 도와드려야 할 때가 왔다. 


- 수잔정 박사의 신간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 중에서 – 


수잔 정 박사/ 소아정신과 전문의, 전 카이저병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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