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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락스퍼(Larkspur) 버릴 것이 없는 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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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08-11 | 조회조회수 : 8,6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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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퍼는 그 생긴 모습의 특이함과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애스트로처럼 조연으로 사용되는 꽃입니다. 지금은 장미나 백합처럼 내게는 친숙한 이름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아무리 그 이름을 외워도 자꾸 잊어버리는 무척이나 생소한 이름의 꽃이었습니다.


어쩌면 예전에 어디에선가 그 꽃을 본 적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무슨 꽃인지, 그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도 없었고 알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우리처럼 꽃가게를 하기 전에는 꽃들의 이름과 특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매일 꽃을 가까이 대하고 꽃을 점점 더 알아가면서 우리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을 위해 그 아름다운 꽃들을 우리 가까이에 놓아두신 창조주의 세심한 배려와 호의에 우린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무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합니다.


락스퍼는 버릴 것이 없는 꽃입니다. 평생을 부려 먹고, 죽어서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등부터 발바닥까지, 심지어 속 안의 내장까지 모두 인간에게 헌신하는 소처럼 락스퍼는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쓸모가 많은 꽃입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는 형태지만 이 락스퍼는 줄기 중간 아래쪽부터 꼭대기까지 수많은 작은 꽃잎들이 무성하게 피어있는 특이한 모양에다가 옆으로 뻗어 나온 줄기들조차 하나도 버리지 않고 수많은 디자인에 끼워 넣어 사용을 합니다.


락스퍼의 특이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 아내는 꽃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 꽃을 사용해 우리의 주 고객인 Greenspring이라는 노인 마을 안에 있는 네 개의 빌딩에 온통 락스퍼만으로 디자인한 작품 네 개를 만들어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네 개의 꽃들을 딜리버리 밴에 가득 실어놓으니 그 안이 마치 락스퍼 숲과 같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 멋진 예술작품을 배달한 후 우리는 그들로부터 최대의 찬사와 호평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돌아온 것은 그곳 노인들의 악평과 거센 항의였습니다. 이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락스퍼만으로 디자인한 꽃이 그들에게는 전위예술 작품같이 기괴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락스퍼가 아무리 보기에 아름다워도 그 꽃은 혼자 단독으로만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 후로 우리는 락스퍼만으로 디자인한 꽃은 더 이상 만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동료인 애스트로는 가끔 주연으로 쓰임을 받기도 하지만 락스퍼는 언제나 다른 꽃들의 디자인에 함께 끼워서 써야만 하는 영원한 조연이란 사실을 애석하지만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비록 조연이라도 주연 못지않게 아름답고 쓸모가 많은 이 락스퍼에게는 때때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꽃을 다듬고 정리하여 물통 속에 가득 담아놓으면 언제 보아도 신선하게 보이지만, 얼마 후 꺼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운데 안 보이는 쪽으로 곰팡이가 많이 생겨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곰팡이가 슨 부분이 꽃들이 뭉쳐있는 안쪽인데다가 그 모양도 락스퍼꽃 모양과 비슷해 멀리서 보거나 지나치면서 보면 눈에 잘 띄지를 않아 정기적으로 리프레싱을 해주지 않으면 얼마 후 전체에 곰팡이가 번져 몽땅 다 버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락스퍼는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사람이나 꽃이나 멀리서 겉으로만 보면 멀쩡해 보여도 막상 끄집어내고, 뒤집어보고, 들여다보면 그 상태가 어떤지 분명히 드러나게 됩니다. 락스퍼같이 버릴 것 없는 꽃이 관리 소홀과 부주의로 인해 쓰레기통에 던져질 때마다 내가 게을러서 아까운 것들이 버림을 받는구나 하고 자책을 하며 나는 락스퍼를 통해 중요한 인생의 교훈을 얻습니다.


사람도 재주가 많고 쓸모있는 사람일수록 조금만 방심하면 삶에 곰팡이가 슬고 병이 들어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자기도 버림받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병들고 고통받게 만듭니다.

   

건강한 삶과 진정한 행복은 타고날 때부터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를 통해 얻는 수고의 열매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과 은사를 갖고 태어나도 관리를 잘못하면 제대로 쓰임도 못 받고 일찍 버림을 받지만, 비록 부족하게 태어났어도 관리를 잘하면 많이 그리고 오래 쓰임을 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진리를 락스퍼를 통해 배웁니다.


어제는 어느 손님이 전화로 직장 보스 아들의 졸업식 꽃을 주문하면서 노란색 썬플라워와 흰색 릴리, 그리고 파란색 꽃을 섞은 디자인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것은 꽃의 조화도 맞지 않고, 색깔의 배합도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거기에 맞는 파란색 꽃은 찾기도 힘들어 디자이너에게는 아주 곤란한 주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손님이 원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므로 아내는 중간 부분에 올켙을 넣어 어느 정도 조화를 맞추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는 거기에 어울리기 힘든 파란색 꽃이었습니다.

   

그때 영원한 조연 락스퍼가 빛을 발했습니다. 파란색 락스퍼를 통에서 빼어내 앞과 옆과 뒤쪽으로 꽂아놓자 놀랍게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전체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졌고, 무엇인가 빈 것 같던 공간도 가득 채워져 작품은 완성되었습니다. 

   

썬플라워와 백합의 어울리지 않는 배합에 올켙과 락스퍼를 뽑아 든 아내의 솜씨도 탁월했고, 그 한 순간을 위해 오래 참고 기다린 락스퍼도 훌륭했습니다. 참, 썬플라워 앞으로 늘어진 이파리가 바로 버릴 것 없는 락스퍼 줄기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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