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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수국(Hydrangea) 나쁜 꽃은 없다, 나쁜 주인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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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11-01 | 조회조회수 : 7,8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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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의 문을 열 때마다 가장 크고 환한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는 꽃이 바로 수국(Hydrangea)입니다.

   

중간 선반의 절반 이상, 때로는 선반 전체를 가득 채운 채 언제나 싱그러운 모습으로 자기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 꽃은 꽃가게에 없어서는 안 될, 디자이너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효녀 꽃입니다.

   

어린 아기 얼굴만 한 이 꽃 한 송이만 꽂아놓으면 꽃병의 아무리 큰 공백도 가득 채워지고, 거기에다가 다른 꽃 몇 송이만 조화롭게 꽂아도 멋진 디자인의 작품이 탄생하니 어찌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색깔도 각 가지여서 가장 흔한 흰색부터 연하고 짙은 그린색, 옅은 하늘색과 짙은 파란색, 옅은 핑크, 진한 핑크, 매우 귀티를 품은 짙은 퍼플, 그 퍼플 색이 핑크와 블루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 그뿐만 아니라 그 총천연색의 색깔도 철이 지나면서 색다른 멋을 풍기는 살색과 갈색으로 변하는 매우 신비한 꽃이 바로 수국입니다.


그런 수국을 사용해 만드는 디자인들도 색깔만큼이나 다양한데 그중 꽃병 전체를 수국만으로 가득 채운 아주 심플한 디자인도 있고, 우아한 장미와 고품격의 리지앤터스를 섞어 유럽의 정취를 듬뿍 풍기는 ‘European Terrace', 그리고 핑크 장미와 어우러져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Graceful Embrace'는 우리 꽃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수국 디자인입니다. 특히 수국은 결혼식 리셉션 테이블 위에 놓는 센터피스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꽃이기도 합니다.


수국은 살아서만이 아니라 죽어서도 아름다운 꽃인데 살색이나 브라운색으로 변한 수국을 말린 것은 생화만큼이나 그 모습이 특이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꽃가게를 시작하기 전에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러 꽃 가게와 화원들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메릴랜드에 있는 어느 화원에서는 수국을 따서 말려 벽에 잔뜩 걸어놓았는데 그 모양이 얼마나 예쁘던지 아내는 수국 말리는 비법을 배워와 집에서 실험해보았습니다.

   

마침 동네 주변 산책길에 잔뜩 숲을 이루고 있는 수국이 철이 지나 살색과 브라운색으로 변해있어서 잘됐다 싶어 어느 날 저녁 아내와 함께 그것들을 따러 나갔습니다. 때가 지난 것들이라 어차피 정원사가 잘라버릴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길거리에 피어있는 것들을 자르려니 사람들 눈치가 보여 모자를 꾹 눌러쓰고, 가위를 봉지 안에 숨기고는 도둑놈 비슷한 모양으로 앞뒤를 살펴 가며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봉지 가득 수국을 따가지고 들어오면서 도둑질이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따가지고 온 수국들을 자세히 보니 멀리서는 안 보이던 거미줄이 가득 덮여있는 것이었습니다. 수국을 몰래 딸 때보다 거미줄 씻어내는 것이 훨씬 더 고생스러워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게 말린 수국은 지금도 가게 선반 위에 놓여있어서 볼 때마다 그때 일을 생각나게 해줍니다.


수국은 이름 그대로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꽃입니다. 원 가지에 붙어있을 때나 원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서도 물을 떠난 단 한 순간의 공백도 허락되지 않는 꽃이 바로 수국입니다. 그래서 다른 꽃들은 대부분 줄기를 자른 채로 그냥 박스에 넣어서 보내지만, 수국은 매 줄기 끝에 일일이 물 봉지를 달아서 보내옵니다. 지속적으로 수분을 공급받지 않으면 운송되어오는 도중에 시들어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시작일 뿐, 더 많은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 수국이 들어오면 먼저 그것을 거꾸로 뒤집어서 꽃 머리 부분 전체를 물통 속에 담가줌으로 꽃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줍니다. 


그렇게 약 30분~1시간 정도 충분히 물을 먹은 수국을 꺼내서 Alum Granules라는 가루를 탄 물에 오랜 시간 담가놓습니다. 아내가 꽃가게를 시작하기 전 참석한 세미나를 통해 알게 된 이 영양제가 수국의 신선도와 생명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수국 자체가 증명해줍니다.

   

이제 최종 코스로 flower food와 살균제를 탄 물통 속에 수국을 담아서 쿨러 안에 넣어두면 적어도 한 달 이상, 심지어 두 달이 넘도록 싱싱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디자이너의 손에서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수명이 길고 신선한 좋은 수국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번 이 복잡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예전 개를 키우던 때가 기억이 나며 꽃을 다루는 것이나 개를 키우는 것엔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훈련이 잘된 개는 주인에게 즐거운 동반자가 되지만, 훈련이 안 된 개는 골칫거리가 됩니다. 저는 예전에 우리 집에 온 강아지가 훈련이 안 돼서 점점 골칫거리가 되어가는 것을 보며 개를 훈련시켜 준다는 곳을 찾아 8주 과정에 등록한 적이 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개를 맡기면 말 잘 듣는 훌륭한 개를 만들어 보내주는 줄로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개를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 주인을 훈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주인이 훈련이 안 되면 개가 훈련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훈련시키겠다고 데려간 골칫덩이 강아지는 사방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고 있고, 나는 강아지 대신 8주간의 고된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훈련 마지막 날, 훈련교사가 데려온 큰 개 두 마리가 한 시간 강의를 꼬박 앉아 들은 후 주인의 명령에 따라 훈련생들 모두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는, “이놈들은 먼저 주인집에서 하도 말썽을 피워 감당할 수 없어 내다 버린 개들인데 제가 데려다가 6개월을 훈련시키니 이렇게 말 잘 듣는 저의 훈련조교들이 되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이 있을 뿐이다’라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비록 강아지에게는 좋은 주인이 되지 못했지만 나는 이제라도 회개하는 마음으로 꽃들에게는 좋은 주인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쁜 꽃은 없습니다. 나쁜 주인이 있을 뿐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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