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꽃 이야기] Hot Water Magic, 죽은 것을 살리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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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다루면서 가장 속상하고 가슴 아픈 것은 사람들의 실수로 인해 시들어 죽은 꽃을 발견할 때입니다. 그래도 주인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만 예전에 디자이너들이 일할 때는 그들의 부주의로 인해 죽어있는 꽃들을 수시로 발견하곤 했습니다.
꽃 하나하나의 소중함과 값어치에 관한 관심이나 개념이 없는 디자이너들은 쿨러 안에 들어와 자기가 필요한 꽃들을 물통에서 ‘휙~’하고 끄집어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바람에 얼떨결에 함께 딸려 나온 꽃들이 며칠간 방치되어있다가 시들어 죽어버리면 그냥 갖다버리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꽃들이 쿨러 안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면 디자이너들에게는 괘씸한 마음이 들고, 꽃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특히 수국은 그 생긴 모양과 통 속에 얽혀서 들어가 있는 구조상 이 실수에 가장 많은 희생을 당하는 꽃입니다. 어떤 수국들은 어린아이 얼굴만큼 크고 값도 꽤 나가는 것이라 물통에서 빠져나와 시들어 죽은 모습을 보는 것은 주인의 심령을 몹시 상하게 만듭니다.
더구나 꽃을 다루면서 꽃 한 송이가 여기에 오기까지 거쳐야 할 수 많은 과정들, 꽃씨가 땅속에 심어져 강한 생명력으로 땅을 뚫고 나와 비바람과 폭풍우, 찌는 더위와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자라,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장해서 어떤 것은 수백 마일, 또 어떤 것은 남미와 유럽에서 비행기를 타고 수천 마일을 건너와 모든 과정을 거쳐 드디어 쓰임을 받기 위해 쿨러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인간의 부주의와 실수로 인해 그렇게 죽어서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것은 너무도 허무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내가 유튜브를 통해 그렇게 시들어 죽는 꽃을 뜨거운 물에 담가서 살리는 Hot Water Magic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물통에서 빠져나와 시들어서 거의 죽은 상태가 된 수국을 손대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한나절이나 다음날까지 기다리면 마치 처음 왔을 때의 싱싱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부활의 기적을 보는 듯했습니다. 어떤 때 심하게 죽어있는 꽃은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그 과정을 되풀이하면 그 불가능해 보이는 꽃들도 다시 살아나는 믿기지 않는 기적을 나는 수없이 체험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딸이 얼마 전 마켓에서 수국을 사 왔는데 그중 하나가 시들어 죽었다고 해서 이 ‘Hot Water Magic'을 가르쳐주었더니 처음엔 반응이 시원치 않다가 기왕에 죽은 거 어디 한번 해보자고 뜨거운 물 속에 담갔다가 시들어 죽은 수국이 살아나는 기적을 보면서 우리처럼 놀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살아난 꽃이 다른 꽃들보다 더 귀하고 기특해 보이는 것은 그것을 살리기 위해 정성을 쏟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어쩌다 통에서 빠져나와 시들어 죽어가는 꽃들을 봐도, ‘괜찮아! 넌 다시 살아날거야! 뜨거운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돼’ 하고 더 이상 속상해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매일 설교를 작성하여 말씀을 증거하고 글을 쓰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중단하면서 나는 한동안 심한 허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설교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고, 글을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더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설교할 기회도, 대상도 사라지고, 글을 쓸 기력도, 쓰고 싶은 마음조차도 없어지자, 일이 없어 한가할 때는 마음이 완전히 백지장 같은 상태가 되어 삶의 목적을 다 잃어버린 공허감과 상실감과 좌절감이 나에게 덮쳐왔습니다. 더구나 이 비즈니스에 수반되는 중노동, 그리고 아내와 나의 나이와 건강상태로 보아 앞으로 3년, 길어야 5년 정도 후 꽃가게를 접고 나면 정말 무력감 속에서 남은 삶을 무의미하게 끝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시작한 이 ‘꽃 이야기’는 바로 나에게 ‘Hot Water Magic'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끝내도 글은 계속 쓸 수 있으며, 더 좋은 글을 쓰려면 더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하고, 또 열심히 공부도 해야겠다는 새로운 결심이 Hot Water Magic과 같이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우리는 이미 예수님의 Hot Water 속에 담겨져 죽었던 생명이 살아난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물통에서 빠져나온 꽃처럼 절망과 무의미함과 상실감 속에서 시들어 죽어가고 있던 내가 이제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나는 Hot Water Magic을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딸 은혜가 Hot water magic을 생생히 볼 수 있도록 시들어 죽은 수국의 모습과 그것이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서 다시 살아난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기적이 반복되면 일상이 되듯 딸은 그 후로도 몇 차례 마켓에서 사 온 수국이 시들 때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뜨거운 물에 담가 살려내곤 합니다.
우린 매일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Hot water magic을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들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 기적이라고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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