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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애스트로메리아(Alstromerias), 조연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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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07-23 | 조회조회수 : 4,0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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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백합, Peruvian Lily라고도 불리는 애스트로메리아(약칭 애스트로)는 거의 모든 디자인에 사용되는, 꽃집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꽃입니다. 꽃 중에는 장미, 백합, 튤립처럼 주연으로 쓰임 받는 꽃들이 있는 반면 락스퍼나 애스트로처럼 조연으로 끼워 넣는 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연 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들이 빠지면 디자인 전체가 모양이 나지 않고 무엇인가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여 완성품이 되지 못합니다.


발렌타인스 데이나 마더스 데이 때처럼 엄청난 주문이 쏟아질 때 이런 중요한 조연 꽃들이 부족하면 디자인한 모든 꽃이 미완성품이 되어, 꽃가게는 패닉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조연들을 디자인에 끼워 넣는 순간 주연들은 돋보이고, 디자인은 풍성해지며, 꽃은 드디어 완성품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연 못지않게 조연들이 더욱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의 차이가 심해 주연만 알아주고 조연들은 빛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조연들이 주연 못지않게 빛을 발하고, 그 주가도 하늘 높이 올라갔습니다. 더구나 대히트를 친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은 그 역할이 너무 두드러지고 인상이 매우 강렬해서, 그런 작품을 다시 만나 주연을 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경쟁도 심하고 개런티도 높아져 한두 번 쓰임 받고는 사라지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나 조연의 역할은 수없이 많고 다양하여 사방에 불려 다니며 쓰임을 받는데다가 작품이 잘되면 덩달아 좋고, 안돼도 주연 책임이지 자기 책임이 아니며, 약방의 감초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이라 수명도 길어 오래도록 쓰임을 받습니다. 더구나 주연을 돋보이게 해주고 작품 전체를 완성시키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조연의 중요한 가치를 깨달은 지금은 주연보다 더 인기가 많고 개런티도 많이 받는 시대, 조연들이 빛을 발하는, 그야말로 ‘조연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예전에 목회할 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옆에서 뒤에서 받쳐주고 섬기는 조연들이 얼마나 귀한지, 그들 없이는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깊이 깨달았습니다. 청소년 전도사에서 바로 담임목사가 되어 30년간 이민 목회를 하면서 조연 역할인 부목사 생활을 못 해 본 것이 내게는 큰 핸디캡으로 작용했습니다.


조연이 되어야 할 사람이 주연같이 되어 항상 설교를 하고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부담이 되어 ‘나는 담임목사보다는 부목사가 훨씬 더 적성에 맞는데 내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조연이 주연 역할을 하면서 지난 30년간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고 힘들게 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제는 사장님이며 디자이너로 주연인 아내를 보조하는 조연으로 아내를 옆에서, 뒤에서 도우며 꽃을 다듬어 디자인을 하도록 준비를 해주고, 청소와 함께 끊임없이 나오는 물통을 닦고, 배달과 수많은 뒷일을 감당하면서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가끔은 조연 꽃들이 빛을 발할 때가 있는데 이 애스트로를 너무 좋아하는 어떤 이들은 오직 이 꽃으로만 디자인한 ‘Perfect Peruvian Lilies'를 주문합니다. 그럴 때면 나는 애스트로메리아로 가득한 꽃병을 들고 나가면서, ‘오늘은 네가 주연이 되었구나! 그동안 다른 꽃들을 빛나게 해주느라 많이 애썼는데 오늘은 너의 날이니, 가서 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라!’고 말해줍니다.


나는 꽃가게에서 여러 가지 많은 일을 감당하고 있지만 디자인만큼은 하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습니다. 소질도 없지만 꽃가게에서만큼은 끝까지 조연으로 남고 싶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을 배워 여기서 또 주연이 되었다가는 지난 30년간 조연 역할을 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주연이 된 아내와 마찰도 많아질 것이요, 조연이 할 일은 하지 않고 주연 역할만 하려 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 적성에 꼭 맞는 역할을 찾았으니 이 조연의 자리는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애스트로메리아는 장미나 수국처럼 꽃가게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중요한 꽃이어서 꽃을 주문할 때 이 꽃은 언제나 주문 목록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비록 거의 모든 디자인에 끼워 넣어 조연같이 쓰임을 받기는 하지만 주연 못지않게 디자인을 빛나게 해주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처음 박스에 넣어서 올 때면 다 시들어 죽어있는 것 같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 꽃이 어떻게 살아나겠나 하지만 일단 줄기에 붙은 이파리들을 위쪽에서부터 다 훑어서 떼어내고 줄기 아래쪽 부분을 잘라낸 후 컨디셔닝을 위해 준비된 물통 속에 넣어놓고 밖에서 며칠을 기다리면 꽃이 활짝 피어나 그 형형색색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이 꽃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꽃들을 섞지 않고 오직 이 애스트로메리아만을 사용하여 만드는 ‘Perfect Peruvian Lilies’를 많이 찾습니다. 그때만 되면 그동안 조연으로 많이 쓰임 받던 애스트로는 드디어 주연이 되어 빛을 발하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드러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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