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가 만나는 사람들] 수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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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이 살고 있는 그룹 홈에서 일하고 있는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들이 소리지르며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을 말려 보려고 "계속 그만두라"고 했지만, 이 소리를 듣고도 싸움을 그만두는 사람은 없고 계속 소리 소리를 지르며 언쟁을 계속했다.
그러자 결국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 한 사람이 "너희들 이렇게 계속 싸우면 경찰을 부를 거야!"라고 겁을 주었지만, 겁을 주어도 싸움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나도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왜 싸우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이곳에 거주하는 00가 다른 거주자들에게 10불(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웰페어)을 빌려주고, 돈을 갚지 못하면 하루 이자로 무조건 10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몸이 부실하고 약간 지적 장애가 있던 00가 돈을 빌려 쓴 모양이었다. 30불을 빌렸는데, 돈을 갚지 못하니 며칠 만에 300불로 이자가 불어났다.
그러자 나의 고객 '다운타운 깡다구 수잔'이 돈을 빌려주는 작자(그 역시 중독자인데 이제는 어느 정도 중독에서 벗어나 조금 갖고 있는 돈으로 악덕 고리대금업자 노릇을 하고 있다)가 그곳에 사는 정신줄 놓아버린 거주자들과 지적 장애가 있는 이들을 후려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 일도 아닌데 이 상황을 보다 못해 참견을 하게 되면서 고리대금업자인 00하고 싸움이 붙은 것이다.
수잔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뱉어대며 악다구니를 부리며 고리대금업자를 공격하는데, 기가 막히는 상황은 나머지 정신줄 놓은 거주자들이 자기들을 도와주려는 수잔 편이 아니라 아무래도 자기들 궁할 때 도움을 주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웰페어가 나오면 그냥 다 써버리곤 한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에서는 이들에게 페이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데, 이 또한 주정부의 강제 방침이 아니다. 또한 웬만큼 제정신이면 자기 돈은 자기들이 관리를 할 수가 있다. 자기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이들의 약점을 잡고 고리대금업자가 그야말로 떼돈을 버는 강도질을 하는 것이었다.
내 케이스 중에도 예전에 약물 중독자였던 000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우리 프로그램 하에서 약물치료로 중독 증세에서도 벗어나서 거의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몸 상태가 좋아졌다. 그래서 "이곳에 살지 말고 시애틀 하우징이나 킹카운티 하우징 저소득층 거주지로 보내준다"고 하니, 000는 벌컥 화를 내면서, "여기가 내 집인데 왜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느냐"며 "절대로 자기는 다른 곳으로 안 간다"고 펄쩍펄쩍 뛰었다.
나는 정신이 말짱해진 000에게 "이곳은 대부분 정신질환자들이고 중독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너같이 약물중독에서 해방된 사람은 개인아파트로 보내서 살기 좋게 해준다는데 왜 화를 내느냐?"고 물어보니, 00는 그야말로 길길이 날뛰면서 자기는 절대로 이곳에서 안 나간다고 했다.
내가 000와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하우징 매니저는 나에게 따로 잠깐 보자고 하더니, "이곳이 자기의 사업장인데 000가 왜 이사를 나가겠느냐?"면서, "000를 이곳에서 내보내려면 적잖은 고충이 따를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이야기인즉 내가 000를 담당하기 전 000를 담당했던 카운슬러도 나처럼 000를 더 나은 곳으로 보내려고 했다가 000가 길길이 날뛰며 난리를 피우고, 나중에는 우리 사무실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자기 담당자가 자기를 살고 있는 집에서 내쫓으려 한다"고 소송을 걸겠다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결국 그 카운슬러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며, 000는 아직도 우리 그룹 홈에서 정신줄 놓은 거주자들의 주머니돈을 후려내는 중이란다. 우리말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생각나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에는 000를 만나도 나 역시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남자직원이 새로 오는 때에 내 케이스를 새로운 직원에게 넘겨주면서 손을 떼버렸다. 이런 000에게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그럴 시간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잔은 알코올 중독이라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위탁가정에서 살던 수잔은 9살에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밤마다 작은 상점들을 털어서 마실 것, 먹을 것들을 해결하고, 사람을 폭행해서 결국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소년원에서 나와서 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마약도 하게 되고 거리의 여자로 살던 수잔은 16살에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 아이(그녀처럼 알코올 중독 베이비)를 낳고는 또 다시 소년원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19살이 돼서 또 새로운 남자와의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때 수잔은 자기를 사랑하는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한다. 그녀는 제대로 살아보려고, 제이시페니 백화점에 납품하는 코트 안감 박는 공장에서 1년 동안 성실히 일했다.
수잔이 설명하기를 안감을 박는 일은 피스 워크여서 1개 완성을 하면 19전을 주었는데, 열심히 살아보려고 물 마시는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아껴가며 안감 박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보험도 없는 차에 치여 차 사고로 죽는 바람에, 그녀는 다시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아기도 정부에 빼앗기고는 다시 거리로 나왔단다.
수잔은 거리의 여자로 살면서 삶 자체가 황폐해져 갔었다. 이렇게 험하게 살아오면서 완전히 악명높은 시애틀 깡다구가 되면서 아무도 자기를 넘보지 못하게 날을 세우고 덤벼드니 그 누구도 수잔을 건드리지 못했지만 수잔은 늘 사랑에 목말랐다.
그녀는 아버지가 다른 5명의 아이들을 낳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아이들을 정부가 보호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행방을 몰랐다.
내가 수잔의 케이스를 맡고서 수잔을 만나러 갈 즈음 수잔은 이미 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그룹 홈에 들어와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과 아직도 잘 못 어울렸으며, 누구에게나 싸움을 걸고 악다구니로 소문이 난 터였다.
나를 만나도 늘 별로 흥미 없어 보이는 수잔이 어느 날 먼저 전화를 해왔다. 이유인즉 배가 너무 아픈데 자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줄 사람이 없단다.
수잔이 살고 있는 그룹 홈에 전화를 해서 하우징 매니저를 찾으니 수잔을 맡고 있는 하우징 담당자는 "자기는 절대로 수잔을 데리고 병원을 갈 수 없다"고 했다. 전에도 몇 번 수잔과 함께 외출한 적이 있었는데 수잔이 매사에 온갖 거친 말과 욕을 해대니, 자신은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게 돼서, 직장 상사에게 "하우징에서 수잔에게 생긴 일은 감당할 수 있지만 수잔과의 외출 동행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미리 얘기를 해두었단다.
나는 너무나 일이 바빠서 수잔하고 동행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지만, 늘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인 수잔이 먼저 청해 온 부탁이라 만사를 제쳐두고 수잔이 사는 그룹 홈으로 가서, 우리 사무실 차로 수잔을 데리고 하버뷰병원으로 갔다.
진료실로 들어간 수잔이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두 시간 만에 수잔 대신 간호원이 나오더니 "수잔이 지금 간에 문제가 생겨서 이대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이후로 하버뷰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으면서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 머무르다 수잔이 옮겨간 곳이 퀸앤 소재 헬스센터였다. 수잔이 이곳에 머무를 때 나는 늘 그녀가 좋아하는 포테이토칩과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가지고 갔다.
팬데믹 전에는 수잔의 생일날, 다운타운 H-MART 소재 한국 빵집인 뚜레주아(Tour le jours)에서 케이크를 사서 수잔이 머무르고 있는 헬스센터에 갔다. 그리고 수잔 담당 간호원, 그리고 옆방의 환자들을 초대하여 생일 파티를 해주니, 수잔은 자기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멋지고 맛있는 케이크를 받아본 적도 없었고, 자기를 위하여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준 사람도 없었다며 한참을 눈물 흘렸다. 이날 케이크는 땅콩버터 맛이었는데 수잔은 케이크가 너무 맛있다며 몇 번을 고마워했었다.
내가 수잔을 찾아가면 병상에 누워있던 수잔은 그 야윈 얼굴에 배에는 복수가 차서 숨쉬기도 불편하다면서도, 내가 사가지고 간 포테이토칩과 햄버거를 너무나 좋아했다.
수잔은 간에 있던 암이 온몸으로 퍼져 이제는 진통제 없이는 견딜 수가 없게 되었는데, 어느 날 내가 방문을 했더니, "레지나,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나를 좋아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는 내 가족이야!"라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전화로, 영상으로 만나던 수잔이 몸이 쇠약해져 못 만난 지 3개월째, 병원에서 온 전화 메시지를 듣고 전화를 거니, 수잔의 담당자였던 간호원이 내게 말해준다. "하이, 레지나! 수잔이 이 세상을 떠났어!” <끝>
레지나 채(워싱턴주 킹카운티 멘탈헬스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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