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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가 만나는 사람들] 수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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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10-07 | 조회조회수 : 1,6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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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객 수잔이 머물고 있는 퀸앤 소재 헬스센터에서 메시지가 몇 번 왔는데, 메시지를 열어보니, 특별한 내용은 전혀 없고, 오직 "레지나 플리즈 콜 백 투 어스(Regina Please, Call back to us?)"라는 내용뿐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이거나 그래서 직접 당사자에게 얘기를 해야 한다거나, 아닐 경우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이유로 우리가 만나는 고객들에 대한 신상 확인일 것이다.


이 헬스센터는 퀸앤 언덕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건물이 자리 잡은 곳이 어찌나 경사가 심한지, 운전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특별히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시애틀은 이곳을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퀸앤 헬스센터를 가려면 다운타운에서 노스 오로라 길을 타고 가다가, 덱스터 길로 돌아서 언덕으로 올라가 급경사진 도로로 내려가야 하는데, 운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나도 이곳에 갈 때면 온몸이 어찌나 긴장을 하는지 다녀온 저녁에는 긴장이 풀려서 다리에 쥐가 나고 덜덜덜 떨리기조차 하기도 해서 잠을 설치곤 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려면 될 수 있는 한 다른 고객을 방문하는 다른 카운슬러와 함께 가면서, 내가 운전을 안 하기도 하는데, 함께 갈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내 고객하고 주로 전화 상담을 한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이 헬스센터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노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 방문자들의 방문을 막고 전화로만 면담하게 해서 한동안 아니, 거의 1년간 이곳을 갈 수가 없었다. 그동안에 이곳 헬스센터는 우리에게 매주 화면으로 고객을 상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팬데믹이 시작이 되고 나서 매주 나하고 수잔도 이곳에서 주선해준 화면 상담을 하고는 했는데 거의 10개월 전부터는 수잔이 누운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어서, 화면 상담도 못하고 전화로만 상담을 하곤 했다. 


그런데 수잔이 더욱 쇠약해진 뒤에는 전화 상담도 할 수가 없어서, 몇 개월 동안 수잔을 담당하던 담당 간호원하고 연락을 하곤 했는데, 그곳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그마저도 못하게 된 지가 3개월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이곳의 나의 고객 수잔은 일명 "시애틀 다운타운 깡다구 수잔"이다. 왜 수잔을 시애틀 다운타운 깡다구라고 부르냐고? 수잔은 키가 겨우 5피트 정도이며, 여리고 가냘픈, 그리고 겨우 뼈만 남은 것 같은 아주 작은 백인 여자였는데, 시애틀 노숙자들 사이에서는 수잔의 얘기를 들으면 모여있던 노숙자 그룹들이 흩어져 버리고는 했다. 물론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그룹들의 이야기들이다. 


수잔은 하얀 피부에 푸르고 파란 눈을 가진, 지금은 그동안의 삶의 무게에 지쳐버려서 예전의 미모는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예전 사진을 보면 외모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여자였다.


수잔이 내 케이스가 된 것은 수잔을 담당하던 직원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직을 하고 난 후인 6년 전이다. 그때 수잔은 오랫동안의 거리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이 그룹홈에는 76가구가 있었다. 모두 각자의 개인 스튜디오에 머무르며 아침과 저녁 식사는 그룹홈에서 제공을 해주고, 나머지 점심은 거르거나, 아니면 도네이션하는 그룹들이 와서는 음식을 서빙해주고는 했었다.(팬데믹 이후로는 봉사자들은 아무도 못 들어가지만) 


수잔은 이곳 그룹홈에서도 "막가파 언니"로 통했는데,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수잔은 성질이 못되고 사나워서, 이곳의 웬만한 거주자들은 이 지독한 수잔과의 부딪침을 피하기 위하여 모두들 슬슬 피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장대같이 키가 큰 6피트 7인치의 백인 상이군인 00도, 그리고 몸무게가 300파운드가 되는 00도 바짝 마른 수잔이 나타나서 한 마디 하면 모두들 슬슬슬 그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리며, 어떻게든 안 부딪쳐보려고 하는 광경들을 연출하고 했다.


내가 수잔의 케이스를 담당하게 되어, 수잔을 방문하는 첫날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수잔이 머무르고 있는 3층의 수잔 방을 찾아가서 노크를 하는데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 대답이 없어서 몇 번 더 노크를 하니, 수잔이 방문 저 너머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 지금 내가 자는 중인데 왜 깨우느냐고?"


시간을 보니 시계는 아침 10시를 가리키고 있는 터라 나는 우선 "미안한데 지금 시간이 10시 정도라서 네가 일어나 있을 줄 알았다"고 답을 하니, 수잔은 소리를 치며 "너 누구냐?"고 묻는다.


나는 "새로운 카운슬러인데 너의 담당자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기에 앞으로는 내가 네 케이스를 담당한다"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게 한 후에 겨우 문을 열더니 수잔은 나의 아래위를 매서운 눈으로 훑어보더니, 지금 자기는 몸이 안 좋아서 너를 만날 수 없으니 다시 오란다.


나는 수잔에게 "몸이 아프다니, 그럼 언제 다시 만날까?"라고 질문을 하니, 자기가 연락을 할 때까지는 연락을 하지 말아달란다.


그날 나는 떠나기 전에, 수잔을 담당하는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에게 수잔이 준비가 되는 대로 내게 연락을 해주어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내 사무실로 돌아왔었다. 그 이후로 몇 번을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았지만 수잔은 왠지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잔의 신상 데이터를 찾아보고 그녀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그녀는 날 때부터 알코올에 중독된 아기였으며, 9살 때부터 감옥을 드나들었고 5명의 남자들과의 사이에 5명의 자녀가 있었다. 자녀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오랜 시간 동안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하여 환각, 환청 증세가 생겨서 약을 처방받고 있는 중이었다.


수잔의 부모 두 사람 모두가 알코올에 쩔어 사는 사람들로, 아기를 낳았지만, 돌보는 게 너무나 어려우니까 아기가 울면 자기들이 마시던 보드카나 독한 술을 빨대로 찍어서 아기 입에 한두 방울씩 먹였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울어도 술을 먹게 되고, 돌보아달라고 울어도 술이 입으로 들어오니, 8개월이 될 때 아기는 이미 술에 중독이 된 상태였다. 


아기가 울지도 않고 울음소리도 전혀 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의 신고로 수잔은 19개월이 되던 때 경찰과 소셜워커들에게 발견되어서 그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라게 되었다. 


아기 수잔은 치료과정을 거쳤어도 이미 알코올 중독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삶을 살게 되었는데, 그나마 돈만 바라고, 아기를 제대로 키우는 데에 관심이 별로 없는 위탁가정이 아기 수잔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16살이 될 때까지 그녀가 돌아다닌 위탁가정만 19곳이었다. 


수잔이 기억하는 위탁가정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수잔의 삶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한 인간으로서 나는 수잔에게 공연히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서 그녀의 기록을 읽어보면서, 내가 수잔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의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수잔과는 상의 없이…


수잔의 기록을 세밀히 읽어본 후 그녀를 방문하던 날이었다. 수잔이 머무르고 있던 그룹홈을 방문하는데 그룹홈 입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아니, 내가 만나야 할 수잔이 그곳에 거주하는 거주자들(거의가 정신질환자들과 중독자들) 몇 명과 함께 소리소리 고함을 지르며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수잔의 그 가냘픈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아래층 로비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뒤에서 계속>


레지나 채(워싱턴주 킹카운티 멘탈헬스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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