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정상에서 구약성경의 능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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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걷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작은 봉우리라도 정상에 오르는 성취감은 적지 않습니다. 봉우리에는 자신이 선 곳으로 몰려드는 능선과 먼 전망이 좋습니다. 땀을 흘리면 몸도 더욱 가벼워집니다.
성경을 매일 읽고, 묵상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조금씩 깨달음이 커지면서 능선에 오르는 기분입니다. 복잡한 계곡과 심오한 영적 진리에 대한 것은 아직 연구할 것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성경 속을 달리는 동안, 구약성경의 큰 능선의 줄기는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약을 살펴볼 때, 대체로 3가지 해석학적 능선은 신명기 사관(Deutronomic History), 역대기 사관(Chronicler's History), 그리고 지혜 전통(The Wisdom Tradition)의 관점입니다.
우리가 알듯이 전체 성경 66권 중, 구약은 39권입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이나 신약성경이 각기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ㆍ구약 성경에는 성격이 구별되는 다양한 책들이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약에는 법전이 있고 역사서가 있습니다. 시로 된 다양한 선지서가 16권이나 있고 또한 시가서와 지혜서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책을 읽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먼저 우리는 구약 39권 중, 모세 5경이라고 부르는 책,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만나게 됩니다. 모든 책이 다 중요하지만, 출애굽기, 레위기와 신명기는 언약의 책입니다. 출애굽기는 “시내산 언약”(출 10-24장)을 담고 있고, 레위기는 제사를 위해 부가된 책이며, 신명기는 광야 40년이 끝날 때는 새 세대를 위하여 제시한 모세의 설교입니다. 신명기를 포함한 모세 5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영적 교과서입니다. 특히 이 책들은 국가를 세우기 위한 법전이자 하나님과 맺은 언약입니다. 그 이후 여호수아에서 열왕기 상하에 이르기까지 신명기의 가르침과 역사관은 역사를 조망하는 관점이 되었습니다.
선지자 모세에 의하여 주어진 모세 5경과 이후 열왕기 상하에 이르는 신명기적 관점으로 재해석되던 역사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으로 끝났습니다. 멸망 이후, 왕과 선지자의 길항(拮抗) 관계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에 의하여 유대인이 예루살렘으로 복귀하여 다시 성전에서 예배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성전 중심의 삶과 메시야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역대기 상하와 에스라-느헤미야와 같은 책은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신앙의 관점, 역대기 사관을 가지도록 합니다. 이는 신명기의 선지자적 관점에서 물러나, 성전 중심의 제사장적 관점을 심화시킨 것입니다. 왕이 없는 상황에서 역대기적 관점을 가진 제사장들과 레위인은 성전에서 예배하며, 소망의 메시야와 메시야 왕국을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신명기적 관점과 역대기적 관점이 말씀 중심이라면, 또 다른 구약의 능선이 바로 지혜 전통입니다. 신명기적 관점이 순종과 불순종을 말하는 선지자 중심의 전통이라면, 역대기적 관점은 회개와 예배를 통한 하나님의 회복을 주도하는 제사장 중심의 전통입니다. 이에 대하여 지혜 전통은 유대와 이방을 초월하고, 우주적 하나님의 온 창조 세계를 망라하는 보편적 관점을 탐구합니다. 이 전통은 하나님을 지혜로운 창조주로 이해하고, 창조와 역사를 통하여 드러나는 심오한 지식과 비판적 지혜(잠언, 욥기, 전도서 등)를 추구하며, 중근동의 타국에서도 수집합니다(잠 31:1-9).
신명기 사관이 반듯함의 정격(正格)을 가르치고, 역대기 사관은 더욱 영광스런 예배와 소망의 높음, 곧 고격(高格)을 가르친다면, 지혜 전통은 삶의 모순 속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구하는 파격(破格)을 가르칩니다. 산에 올라서는 일은 어느 능선이나 쉽지 않지만, 어느 길이라도 정상에 오를수록 시야가 열리며 점점 더 아름다워집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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