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아내의 새로운 도전, 첼로의 선율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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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그리고 그 취미 생활을 통해 삶이 더욱 즐겁고 풍요로워진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아내는 원래 말이 적고 조용한 성품의 사람이다. 나는 바로 그 점에 끌려 결혼을 결심했고, 지금까지 함께 걸어오게 되었다.
결혼 후 아내는 줄곧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며 바쁘게 지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 학교를 직접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살고 있는 텍사스 남부도 예외가 아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1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하루 두 번 등하교를 챙기고 방과 후 다양한 활동까지 책임져야 하니 아내의 하루는 늘 분주했다.
그러나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다른 도시로 떠나자, 집에는 부부 둘만 남게 되었다. 그때부터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여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아내는 독서를 취미로 삼아 수많은 책을 읽으며 마음의 기쁨을 누려왔다. 나 역시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지금은 글을 쓰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던 중, 손녀가 첼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내도 늦게나마 도전해 보기로 했다. 1년 늦게 시작한 첼로가 아내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고,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는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의 발표회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 아내는 어깨와 팔이 아파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마침내 어제 두 번째 발표회를 치를 수 있었다.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무대에 서는 자리였지만, 그 사이에 60대 중반인 아내가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나는 발표회가 끝난 후 아내를 위해 준비해 간 꽃다발을 건넸다. 그런데 아내는 그 꽃을 다시 선생님께 드렸고,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아내를 칭찬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아내의 취미 생활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아름다운 열매로 맺어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제 아내의 취미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 나 역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내의 삶 가운데 이렇게 귀한 즐거움과 열정을 허락해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그들은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여” (시편 92편 14절)
아내의 취미를 통해 나누어지는 기쁨과 열매가 단지 우리 가정만의 행복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향기로운 삶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저서 : 크리스천 자녀교육 결혼을 어떻게 시켰어요? /축복의 통로가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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